아툭
미샤 다미안 지음, 최권행 옮김 / 한마당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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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는 어린이 문학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하였다. ‘어린이가 삶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예술작품인 그림책은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우리의 심장을 두드린다.

 

그림책, 아툭은 무자비한 상실 앞에서 슬픔과 분노, 증오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한 소년의 복수와 용서, 화해와 사랑의 성장기이다. 아툭의 다섯 살 생일날, 아버지는 갈색 강아지-타룩과 예쁜 썰매를 선물한다.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된 아툭과 타룩. 훌륭한 썰매개가 되라고 아버지의 여행길에 함께 보내지만 타룩은 돌아오지 못한다.

 

어린 아툭은 꼬마 자작나무보다 작아서 친구를 죽인 푸른 늑대와 맞설 수 없다. 고통 속에서 늑대와 맞서기 위해 어린 아툭은 창과 활, 썰매와 카약 타는 법을 익힌다. 마침내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젊은 사냥꾼이 된 아툭. 시간이 흘러도 친구를 잃은 상실감을 잊을 수 없는 그는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외로운 사냥꾼일 뿐이다.

 

오랜 시간 슬픔과 분노, 증오와 외로움을 오가던 아툭은 드디어 푸른 늑대를 죽이지만 여전히 슬프고, 외롭다. 여름 꽃이 흐드러진 툰드라, 거칠고 무서운 사냥꾼인 그가 연약한 한송이 꽃을 보게 된다. 꽃이 말을 건넨다. “동무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 내가 아주 오래 땅 속에서 지내야할 때, 나를 기다려 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어.” 꽃의 말에 아툭은 창을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놓아버리게 된다. 오랜 시간 슬픔과 분노, 외로움 속에 잠겨 있던 그가 마음을 여는 순간이다.

 

1995년에 처음 소개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눈물을 흘린 순간을 잊을 수 없다. 25쪽의 짧은 책이지만 어린 아툭 앞에 닥친 무자비한 이별, 긴 시간 그의 삶에 새겨진 슬픔, 분노, 고통과 외로운 시간들.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한 단련의 시간을 보낸 아툭은 슬픔과 분노, 증오와 외로움 속에서 훌륭한 사냥꾼이 되고 늑대를 죽였을 때, 세상에서 가장 약한 한송이 꽃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표지는 슬픔에 찬 아툭이 주먹을 꼭 쥐고 꼬마 자작나무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 작고 약한 아툭은 친구의 죽음이란 상실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단단하게 성장하고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를 기다리고 지켜줄 수 있는 청년이 되었다. 우리네 삶은 고비와 장애의 연속이다. 돌부리에 채이고 넘어지고 일어날 수 없다고 느끼지만 세상을 함께걸어가기 위해 가장 약한 존재부터 챙기는 힘. 그 마음의 힘은 슬픔과 분노, 증오와 외로움 속을 잘 견뎌 오고, 견뎌갈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두 개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표지 그림이 다르다. 한 곳은 어린 아툭과 꼬마자작나무이고 다른 한 곳은 젊은 사냥꾼과 꽃이다. 개인적으로 꼬마 자작나무와 어린 아툭에 더 눈이 간다. 어리고 무기력하지만 꼭 쥔 작은 주먹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결의에 찬 모습. 그 모습이 지금 우리 모습만 같다. 큰 재난에 나라 전체가 큰 슬품에 잠겨있다. 무언가 해야 하는데 상실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힘들 듯하다. 오래 견뎌야 할 슬픔과 분노, 외로움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이 책을 다시 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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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사서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2
가와하라 마사미 원작, 우메다 슌사쿠 글.그림, 고대영 옮김 / 길벗어린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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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복은「판타지 동화 세계」에서 “아이들은......귀가 먼저 뚫려야 한다(중략) 간혹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시큰둥하고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중략) 이런 저런 일로 부대끼며 살다보니까 아이들 가슴에도 여러 가지 아픔이 꽉 들어차 그만 세상으로부터 듣는 귀를 막아버리게 된다” 그래서 “들려주는 것보다 들어주는 게 먼저다”라고 말한다. 

천덕꾸러기 삼총사 마사후미, 이치로, 겐타는 밭에 던진 돌멩이 때문에 매실을 훔친다고 오해받고, 성적 때문에 교실에서 놀림 받는다. ‘야, 뭘 해도 재미없’다는 세 아이는 도서관에 휠체어를 탄 사서가 새로 왔다는 소식에 호기심을 느낀다. 천덕꾸러기들이 막무가내로 책상에 들어오고 휠체어를 만지작거려도 가와하라 사서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네 살 때 소아마비로 작은 몸집에 휘어버린 손과 발을 가졌다. 그의 휜 손을 만지거나 손이 휜 이유를 대놓고 묻는 아이들의 모습이 당돌해보이지만 가와하라는 이것이 서툰 동정도 연민도 아닌 순수한 호기심임을 이해한다. 그가 천덕꾸러기 삼총사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기쁨을 느끼는 생기발랄한 아이들이 된다.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책을 전하고 가와하라 사서를 도우며 자신들이 ‘가미사마(복을 비는 일본의 신)’라고 생각한다. 생기발랄 삼총사가 된 아이들은 ‘뭔가 자기 자신이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모르는척'을 통해  통해 왕따 문제를 다루었던 우메다 슌사쿠는 휠체어를 타고 이십 오년 간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가와하라 사서의 실제 이야기로 자존감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다.

가와하라 사서는 작가의 말에서 자존감을 잃은 어린이들이 점점 더 무서운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란다. 가와하라 사서가 이십 오년 간 도서관에서 실제 겪은 실화여서 잔잔하지만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픈 가슴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어른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책이다.

우메다 슌사쿠의 그림 이야기를 해야겠다.「모르는 척」에 비해 색도 선도 한결 부드러워진 그림은 천덕꾸러기 삼총사와 가와하라 사서의 모습을 더욱 정겹게 느끼게 한다. 충분한 여백과 생략, 역동적인 움직임은 서로를 치유해가는 가와하라 사서와 삼총사의 모습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몇 개의 선만으로 풍부한 표정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우메다 슌사쿠의 그림이 이야기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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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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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괜찮은가 진짜 묻고 싶다.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죽음은 넘쳐나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겠다는 것을 막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11년 11월 현재 비정규직 비율은 49.2%이고 임금은 정규직의 48.5%를 받는다. 전 인구의 반이 비정규직으로 같은 일을 해도 절반의 임금을 받는 사회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유령’이다. 비정규직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처럼 취급한다. 방송 드라마를 보면 ‘비정규직’ 직장인은 찾기 힘들고 먹기 살기 위해 파업하고 시위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진정한 판타지 세계’를 드라마가 구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는 다른 이들의 삶을 쉽게 재단한다. 사회 각 부분에서 제 몫의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 모르고 있다. 간병인이나 청소노동자들의 인권, 겉으로 화려하고 속으로 곪는 방송이나 영화계의 스텝들의 처우개선 등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통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이 책은 간병인, 방송작가, 시간제 강사 등 우리 사회 49.2%를 차지하지만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을 공적 공간으로 불러냈다. 그림일기와 만화라는 쉬운 형식을 통해 핵심은 놓치지 않되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단편 동화, 요리법, 만화, 보고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정규직’과 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정규직을 정면에서 다뤘지만 책은 꽤 웃기다. 무라카미 류가 말한 ‘즐겁게 사는 최고’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강정연, 김해등이 쓰고 조승연이 그린 “강대희네 일단, 걷고 나서 하이킥”은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성공 모델을 정면에서 걷어찼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구의 절반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 놓고 모든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미친 자기계발의 논리를 걷어차기 위해 우리는 우선 ‘멘토 강대희’의 말처럼 자신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어디에 살건 무엇을 하건 이 땅에 살고 있으므로 당당히 내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163쪽을 꽉 채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나를 더 잘살게 해달라는 요구는 부당한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나의 권리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 책이 시중에 나와 있는 직업이나 진로지도용 가운데 비정규직을 다룬 첫 번째 어린이 책일 것이다. 서문의 김순자씨의 말처럼 청소노동자들을 공부 안한 사람들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뱀발 하나. 문화평론가 듀나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라는 동물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알기 위해서는 독서와 예술 활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틀 안에 갇힌 우리의 좁은 세계를 넓혀줄 독서, 이 책부터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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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필 그림책은 내 친구 30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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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쓰기 위해 차분히 기다리는 시간, 생각의 나래는 무한한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쓰기 위해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각과 쓰기 중에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생각하려면 쓰기가 필요하고 쓰려면 생각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생각 연필과 함께 하는 여행이 진리다. 

생각 연필의 변화무쌍한 모습은 이 책이 어른들에게 더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집과 고집이 늘고 심장이 딱딱해져가는 어른들의 ‘얼음!’, ‘땡’하는 순간처럼 두뇌 회전을 위해 다채로운 색과 모양을 선보인다. 그림책을 잘 보지 않던 어른들도 어린이와 함께 읽으며 잠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폴란드 작가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내 것’이 되는지를 간결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과정을 시각화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인들에게도 유연한 사고를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21세기가 창의성의 시대라지만 어느 사회보다 틀에 꽉 짜여진 우리 교육 환경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멀리서, 구름 사이로, 팔랑 팔랑 또는 살그머니 다가오는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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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새집 이야기 - 최고의 건축가 새들의 집 짓는 기술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7
스즈키 마모루 글.그림, 김해창 옮김 / 사계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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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의 신비를 아는 것은 생명의 신비와 지구의 신비를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스즈키 마모루 -


남아프리카의 배너맨베짜기새는 참새만한 작은 새인데, 길이 9미터, 높이 2미터, 폭이 5미터 정도 되는 큰 집을 짓는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수십 마리의 새들이 아파트처럼 칸을 나눠 각자 작은 칸에서 살아간다. 어떤 모양일까? 다음 장을 넘기면 수 십 개의 방이 있는 배너맨베짜기새의 집 단면을 두 장 가득 펼쳐 보여준다.

남아메리카의 붉은가마새는 흙에 짚을 섞어 나뭇가지 위나 목장 말뚝, 가정집 벽에 짓기도 한다. 밖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는 튼튼한 집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튼튼한 집 짓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이 새를 세상에 불러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 한다. 친절한 지은이는 튼튼한 붉은가마새의 집 윗 부분을 잘라서 어떤 모양인지 보여준다.

배너맨베짜기새는 왜 그렇게 큰 집을 짓는걸까? 온도 때문이다. 낮은 섭씨 30도 이상, 밤은 섭씨 10도 이하로 떨어지니 마른풀을 하나하나씩 틈에 끼워 두텁게 만들어 집 안이 늘 섭씨 20도를 유지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지은이는 전 세계 18마리의 새와 그들의 집을 안내하고 집이 밝혀지지 않은 7마리의 새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속표지까지 29마리의 새와 새집을 세밀화로 보여준다.

지은이의 말처럼 수만 광년 떨어져 있는 우주의 신비가 풀리는 시대지만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새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책 말미에 지은이는 말한다.


새는 배우지 않고도 집을 지어요. 새마다 집을 짓는 장소나 재료, 짓는 방법이 다르지요. 지구의 환경이 다양하고,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새들은 알과 새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 엄청나게 궁리해서 집을 만들어요.  

 

세밀화로 그린 새와 새집의 단면 그림이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식정보 그림책이다. 새나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6,7세부터 읽어도 좋겠다. 집이 주거가 아닌 투자의 대상이 될 때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빠뜨릴 수 있다. 29마리의 새와 그들의 집을 보며 아이들과 어떤 집에서 누구와 살아갈 것인지 이야기 나누는 책이 될 수 있겠다. 이 책은 일본의 월간「수많은 신비」2004년 4월호의「새집」을 개정 보완한 책으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유럽, 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의 새와 새집을 안내한다.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일곱 번째 책으로 이산화탄소, 쓰나미, 공룡 등 다양한 소재를 그림책으로 편안하게 보도록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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