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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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가 추천한 책이었다. 어디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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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의 성실한 이웃, 우리의 착한 친구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그가 실존하는 허구의 인물일 수도 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밝혀져도 믿을 수 없는 일도 있다. 그들의 거짓이 아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보다 어떻게 끝났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아니 끝나지 않고 어떻게 변했는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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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별 것 아닌 불안에서 시작된 거짓말이 결국 자신을 집어삼킨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 이야기. 그러다가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졌다.
주인공에 대한 결론은 다른 게 필요없다. 책속의 두 표현이면 충분하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더는 사람이 아니었어. 그건 마치 시커먼 구멍 같은 거라고. 50p'
'맹목과 비탄과 비겁함의 비참한 혼합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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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소한 것을(지나고보면) 감추기 위해 약간의 거짓말을 한다. 사소한 시작은 약간의 오해, 약간의 불편, 약간의 부끄러움 등이다. 그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금 덧붙이고 꾸며준다. 별 일은 아니고 언제든 돌이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나중이 더 힘들거라는 것이 자명한데도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간다. 처음은 분명 사소했다. 그것의 파장이라야 약간의 실망이나 꾸중에 불과할- 그것이 삶을 갉아먹고 불안을 키우고 급기야 파국에 이르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거짓말이 유독 능숙한 사람들이 있다. 사실 나도 그런 편인데, 그 뒤의 피곤과 불안과 막막함을 너무 잘 알아서 그냥 바로 욕먹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에게 가르쳤다. 들통났을 때의 고통, 들통날까봐 전전긍긍 하는 불안함. 아이는 몇년 후 말했다. '뒤가 짜증낙 피곤해서 안하기로 했어'라고. 물론 약간의 거짓말 들은 저도 모르게 일상에 침투해있다. 그것조차 의미없다는 것을 알기 위해선 고백의 순간이 어떤가에 달려있다. 혼자 천만번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거짓말의 부질없음을 직접 겪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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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솔직할 수 없었던 아이가 친구에게 조차 솔직할 수 없었고 모든 것이 거짓으로 꾸며진 어른이 되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살인.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는 살인. 주인공에겐 여러 이유와 상황과 사정이 있지만. 그것조차 진실이 아니고 그저 편할대로 좋을대로의 비겁함에 불과하다.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과 실재의 나 사이의 간극. 그것이 드러난 후의 파급효과. 우리는 어떤 것을 믿을 것인가. 나는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지 않다. 그저 보여지는 것을 위해 꾸미고 속이고 숨기고 하는 피곤함을 겪고 싶지 않다. 그렇게 얻어진 무엇이건 간에 기꺼울 리가 없다. 그 고통을 왜 스스로 짊어지려 하는가. 무엇을 위해?

#적 #엠마뉘엘카레르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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