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여행자에게 - 여행을 마친 뒤에야 보이는 인생의 지도
란바이퉈 지음, 이현아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여행.에 대한 갈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비여행자로 살아가는 것은 약간 이상한 기분이다. 여행을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여행이 싫은 것도 아닌데 여행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한 것에 대해 변명이라도 해야할 것만 같다. 타인의 여행이나 여행지가 부럽지도 않고 여행을 떠나지 않는 자신에게 불만도 없다. 여행은 아주 근사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여행 역시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고 더 잘 맞고 덜 맞는 사람이 있다고 그냥 그렇게 이해할 뿐이다. 여행을 동경하지만 여행이 간절하진 않다. 왜 여행에 간절하지 않은가를 생각하다보니 어쩌면 시각 자극에 둔감한 것일수도 있겠더라. 이상하고 아쉬운 봄에 크게 속상하지 않은 것처럼 여행에도 속상한 마음이 끼어들만큼은 아닌 것이다. 그래도 즐겁고 가볍게 떠나는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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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일상에서 얻을 수는 없는 것일까. 일상의 지난함은 여행에 끼어드는 일은 없을까. 여행이 주는 변화는 여행 뒤에도 작용할까. 감각과 시야의 확장은 여행을 통해서만 가능할까. 많은 의문에도 그저 떠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것은 대체로 특정 장소에 관계없이 그저 오롯이 혼자이기 위한 경우가 많다. 오롯이 혼자 내가 중심인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여행이랄까. 여기서 느낄 수 없는 것을 갈망하기엔 내 세계가 좁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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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는 내게 ‘경험주의자’라고 했는데, 사실은 모두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직접 보지 않아도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모두 직접 감당하기엔 인간은 너무 여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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