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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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니 이 모든 이야기가 실잰가 싶어졌다. 그리고 중간에 성장기 청소년에게 줄거리를 들려줬다. 그녀석 표현에 의하면 ‘짠하다’고 했다. 그래, 이 이야기는 짠하다. 슬프고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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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유럽은 판타지적인 필터를 통해서일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삶과 세상과 정치와 이상과 충돌과 슬픔과 분노... 모든 감정이 있다. 물리적인 거리감과 세계사 시간의 기억이 더해진다. 거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쟁취한 자유와 복지로 머나먼 여기에선 그곳이 유토피아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굵직하고 참혹한 전쟁들 사이의 삶에 대해 몰랐다. 정치적 현실따위 알 리 없었다. 내가 알게된 것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소설을 통해서 였고 이 책 역시 그들의 그 때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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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하의 민주화운동, 그 맥락을 생각하면 그들의 희생에 너무 아프고 민감한 나는 분노하고 만다. 하지만 너무나 먼 포루투갈의 이야기 였기에 슬펐다. 그렇게 죽고 도망치고 숨고 입을 닫고 고개를 숙이고 자꾸 주변을 살피며 사는 사람들. 공포에 휘둘리고 불신에 날카로워지는 사람들의 일상. 상상할 수 있을까? 잠깐의 불편함도 견디기 힘든 우리가 그것들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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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슬펐다. 죽은 아내의 사진에 말을 거는 페레이라도 죽음보다 삶에 더 관심이 많은 몬테이루 로시도 금발의 깡마른 어깨를 가진 마르타도 프랑스로 떠난 카르도주 박사도 바빠서 고해를 들을 시간도 없는 안토니우 신부도 포트와인을 전하는 마누엘도 모두 슬프기만 했다. 그 슬픔 가운데 다짐해본다.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마음의 원칙을 붙잡고 살겠다고 눈을 크게 뜨겠다고. 우리는 역사를 살고 있다고. 지금이 괜찮은 역사가 되는 것은 눈을 크게 뜨고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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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분강개하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었다. 분노를 다스릴 요량이었다. 그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연민이고 다행히 나는 인간답기를 소망한다.
#페레이라가주장하다 #안토니오타부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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