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발라드 제4번
로베르토 코트로네오 지음, 최자윤 옮김 / 북캐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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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글렌 굴드를 언급할 때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가 자꾸 떠올랐다. 종종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동안 피아니스트에 대한 책들을 읽어온 것이 주관적이고 편협한 내 읽기에 색을 더했고 그 색들 덕에 더 즐겁게 이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읽는 것은 좋다. 좋다고 할 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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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와 결말이었다. 그렇다고 흥미진진했냐 물으면 그건 분명 아니다. 지루한 것도 아니고 묘한 속도감과 리듬감을 느꼈는데, 발랄하고 흥미진진하고 어딘가 매력적이어서라기 보다는 BGM같은 게 아니었나 싶다. 들리다가 말다가 하지만 거슬리진 않고 내 취향인지 아닌지 알 듯 모를 듯한 기분으로 온종일 듣게 되는 그런 배경음악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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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주인공시점인데 이제 늙어버린 천재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이다. 늙었지만 여전히 연주자로서 인정받고 있고 자칭 타칭 공인된 천재다. 그 오만한 태도가 내내 드러나는 데, 그 정도면 오만보다는 아무렇지 않은 뻔뻔함이라니 하는 생각에 신기하기까지 했다. 등장하는 음악과 연주자들에 잠깐씩 멈추기도 하고 청각적 호기심을 품기도 하면서 어쩐지 줄다리기 하는 심정으로 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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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전개와 문체, 속도감 등이 이 글이 이상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주제는 음악이 아니더라. 음악을 이용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계속 갸우뚱거리며 책장을 덮을 수 밖엔 없었다. 좋고 나쁘고를 말하기도 애매하고 재미하냐 지루하냐를 말하기도 애매하다. 어딘지 어둡지만 아름다운 음악이 들이는 미로를 헤메다 온 기분이다.

#쇼팽발라드제4번 #로제르토코트로네오 #북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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