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숄 지음, 이재경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부제는 ‘나치에 저항한 독일 청년조직 ‘백장미단’의 실 제 이야기’다. 이 글을 통해 히틀러 집권 시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독일을 마주한다. 독일인의 시각에서 마주하는 것은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박해를 당한 자들의 입장이 아닌 그 당시 독일인의 현실을 확인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라 전쟁 시기의 일본에 대해서는 꽤 익숙한데, 과연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있었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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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 중 전쟁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알고 있다. 찬성하지 않는 것과 반대하는 것은 과연 같을까? 독일인들은 부끄러운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그것들은 종종 일본과 비교된다. 독일에 박해당한 유대인들과 일본에 침략당한 한국인 사이의 차이도 분명 크다.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갈 수 있는 과거는 없다. 딛고 넘어서는 것과 묻고 모른체 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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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생각이 많았다. 과연 인간이 추구해야하는 것은 무엇이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신의 질서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생각이 멈출 줄은 모른다. 부족한 생각을 그러모으면 신의 질서란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싶어진다.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종교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는 사랑, 긍휼, 자비이고 모든 철학에서 인간의 수치와 측은지심에 대해 말하곤 한다. 내가 인간의 조건을 정의한데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인간다움을 지키나가야 한다. 그저 먹고 숨쉬는 것은 짐승과 진배없다.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의 세계에도 질서와 공감과 사랑이 있다. 최소 그보다는 나아야 만물의 영장이니 어쩌니 떠들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대단한 무엇, 대의를 위한 무엇이 아닌 스스로 인간답기 위한 노력은 너무 당연하고도 숭고하다. 그 심리적 간극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심리적 간극이 인간의 자긍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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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인간다운가. 인간이기에 충분한가. 인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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