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휘익- 읽어버렸다. 다 읽어갈 때 쯤에야 꽤 두꺼운 것을 알게 되었다. 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 하릴없이 한시간쯤 잰 걸음으로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반복적으로 걷고 뛰면서 무언가 몰아내는 것은 꽤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여타의 생각없이 혼자 오로지 걷고 뛰는 것만 생각하는 것. 그 외에 달리 말끔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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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단어의 나열이 주는 인상은 기묘하다. 그 비밀을 감추기 위한 노력, 그 비밀에 대한 고백 모두 의지가 필요하다. 말할 수 없는 정도의 비밀은 그저 잊어지거나 사라지거나 아무렇지 않아질 것이 아니라서 그 비밀과 어떻게 살아갈 건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 이전에 그 비밀과 화해할 수 있다면 그 비밀 속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리 쉽게 될 리 없다. 비밀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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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궁금하다. 가장된 삶에 대해 엄청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본심을 드러낼 수 없는 일상에 대해 만나고 난 후 얼굴 근육이 묘하게 틀어지는 관계에 대해 궁금해진다. 가식적이다. 음흉하다. 이전에 피곤하지 않을까가 궁금하다. 진짜 피곤하지 않을까? 적당한 처세술이 아닌 온통 작위인 일상이나 관계가 힘들지 않을까? 어느면에서는 대단하다 여겨진다. 평소 몹시 까칠한 성격이지만 서비스직에서 일할 때는 친절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고 다정하다는(오해라 여겨지지만-) 말도 꽤 듣고 있다. 한 사람이 어느 한 면만 가진 것이 아니니 다양하게 보여질 수 있고 상황이나 상대에 따른 처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상일 경우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을 수 있는걸까? 나처럼 본질에 집착하는 사람이나 그런걸까? 그럴싸한 세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럴싸할 필요가 없던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들이 좀 안쓰럽지만 그들은 내가 좀 한심하거나 불쌍할지도?
_ 딱 달리는 정도의 속도감이었다. 러닝의 속도감.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흙을 튀기며 바람이 시리든 볕이 따갑든 빗방울이 튀든 그대로 느끼게 되는 정도의 속도감. 그 달리기를 생각하면 머릿속에 단맛이 없는 민트를 잔뜩 뿌린 것만 같다. 그 민트향이 남아있는 동안은 분명 괜찮다. 잔향마저 사라지면 다시 민트를 뿌리러 나가야한다. 말끔히 정리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난다. 하나씩 하나씩 쫓아가다보면 온전히 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어떤 진실이든 어떤 오해든 어떤 참담함이든 간에 달릴 준비가 되었다면 운동화 끈을 점검해야 하다. 중간에 넘어지는 것은 꼴사납기도 하겠지만 전의상실의 위험이 크다. 역시 달릴 수 있다면 좋겠다. 기왕이면 안전한 숲에서 제대로 숨을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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