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
티키틱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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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에세이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읽는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잘 쓰여진 에세이가 맞다. 아주 수려하고 멋들어진 문장은 아니지만 ‘아 맞아. 맞는 말이야. 그렇지.’하는 마음이 계속 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저자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인데도 이렇게 공감을 이끌 수 있다는 건 에세이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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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티키틱’은 3분 가량의 짧은 뮤지컬/영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팀인데(개인적으로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영화보다 뮤지컬이라고 칭하고 싶다) 이들이 영상에서 추구하는 것 또한 ‘공감’이다. 반전이 넘치거나 숭고하고 아주 깊은 의미가 담겼다기보다는 우리의 일상을 담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책의 94쪽과 114쪽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데, 작고 사소하더라도 ‘내 이야기’가 갖는 힘은 어마무시하다. 누군가가 겪은 대단한 사건보다 나의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고 귀한 법이니까. 그런 점에서 ‘티키틱’의 영상들은 오래 두고두고 볼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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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걱정이 많았다. 나는 영상보다는 텍스트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라 1년에 유튜브에 들어가는게 손에 꼽을 정도인데, 무려 ‘인기 유튜버’가 쓴 책..... 과연 내가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섰다.(그렇지만 이런 유튜브 바보도 티키틱은 알고 있었고!!! 그니까 그 정도로 유명한 분들이신거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후루룩 읽었다. 역시 잘 쓰여진 책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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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좋아하는 티키틱의 작품은 <후회의 노래>. 진짜 거짓말 안하고 20번은 본 것 같다. 내용과 음악, 영상미까지 무엇 하나 놓친 것 없고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한 작품인 것 같다. (<롱테이크>도 좋아하지만 약간 더 가라앉은 느낌이라.. 우선은 후회의 노래가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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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본.... 파본이 왔다.... 148쪽이 2장 들어 있어서 신혁님의 얼굴과 세진님의 뒷모습을 한 번씩 더 봄. 149쪽은 영원히 읽을 수 없는 건가....(엉엉)



[ 책수집가 활동을 통해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

재미삼아 시작했던 영상 제작은 지금의 나를 티키틱의 대장으로, 감독이자 크리에이터로 발돋움하게 만들어줬다. 호기심에 발을 디뎠던 산책로가 알고 보니 기나긴 여행길의 초입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신기하고, 묘하고, 감사한 일이다 - P20

수많은 고민을 거치던 중, 의외의 곳에서 답이 나타났다.
‘밴드를 만들자.’
영상이 아닌 음악으로 눈을 돌려서 찾은 팀의 유형이었다. 지금까지 좋아했던 밴드들을 차례로 떠올려보니 이들은 대부분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인원 구성에, 모든 멤버가 확실하고 전문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멤버와 그들의 노래가 모두 사랑받고, 모든 구성원이 한 무대에 올라 동일한 조명을 받는다는 것. - P27

늘 조금 독특한 형식의 수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삶이 변하면 극 중 인물들의 삶도 정직하게 발맞춰 변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쓴 시나리오 속 주인공들에게는 ‘극적으로 갈등이 해결되는 순간’ 같은 게 좀처럼 오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그런 일은 잘 없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스토리텔링의 묘미가 주인공과 함께 모험 속으로 빠져드는 것에 있다고도 말하는데, 우리는 그 반대편에 있다. 우리의 이야기는 한 인물을 무대 위에 올려놓은 뒤 그가 존재하는 모습 자체를 조명하는 것에 가깝다. 마치 ‘이런 날이 있었다’하고 적는 일기처럼 말이다. - P94

‘연고 없는 이의 사고보다는 실수로 바짝 깎은 내 손톱이 더 아프다. 쉽게 겪지 못할 특별한 사연이 주는 슬픔의 강도는 더 강할지 모르지만, 슬픔의 거리가 가까운 건 내가 겪을 법한 작고 흔한 이야기다. 티키틱은 울림을 전할 때 타인의 서사를 통한 감동보다 보통의 경험을 건드리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일상은 원래 사소하다. 우리와 가까운 것일수록 더 작고 보잘것없다’ - P114

이 노래는 하루의 모든 것이 끝났을 때의 이야기다. 아침에 힘차게 현관을 나설 때와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기분에는 적든 크든 차이가 있다. 설령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일이나 정리하지 못한 감정이 남아 있어서 오늘 계속 붙잡아두고 싶다고 한들 어쩌겠나. 내일은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오는 것을. 노래의 마지막에 적어 두었듯 ‘아쉬움은 두고 다음 노래로, 해가 뜨면, 그래, 다음 장으로’ 걸음을 옮겨야 하는 것이다. - P184

글을 마무리하니 벌써 또 새벽이다.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천천히 잘 준비를 해야겠다. 우리의 오늘이, 우리와 함께 무대를 만들었던 다른 모든 이들의 오늘이,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에 남긴 당신의 오늘이 모두 가치 있는 것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P184

하지만 역시 중요한 건 네 사람의 전문성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모니다. 실은 음악도, 연기도, 조명도, 디자인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즐거움과 울림을 위해 그저 거들 뿐. 각 분야의 노고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편안하게 감상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P229

(신혁) 티키틱의 멤버가 되기 전과 후,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요? 그리고 그 변화에 만족하시나요? 이 판을 벌린 장본인에게는 참 떨리는 질문입니다.
(추추) ‘뭐하면서 지내느냐’는 질문에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어서, 그 대답에 힘이 가득 실려 있어서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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