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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없어지고 나서 바람이 꽃가루를 옮기는 식물만 살아 남고, 벌과 나비가 꽃가루를 옮기는 식물은 차츰 자취를 감추었단다. 그러나 사람들은 조금도 근심하지 않고, 그런 식물이 자라던 자리에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그런 식물이 아직도 살아 남은 나라에 팔아서 그런 식물의 열매를 사먹기 시작했단다. 근심할 건 아무것도 없었지. 사람은 곤충보다 위대하니까. 돈으로 못 사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아이들이 나비의 아름다움에 홀려 온종일 푸른 초원을 헤맨다든가, 우거진 녹음 아래서 매미소리를 들으며 꿈을 꾼다든가, 벌이 윙윙대는 장미밭에서 한 마리 벌이 되어 본 적도 없이 어른이 되는 일을 근심하고 슬퍼하는 사람도 있었느니라. 그건 할아버지가 아주 젊었을 때의 일이고, 할아버지도 그걸 슬퍼한 사람 중의 하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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