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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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처럼 생기는 허물을 벗고 싶고

버림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은 '허물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라고 적인 프로틴을 먹는다.

그들은 허물이 없어지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며

그것이 본인들을 버림받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허물을 없애고자 모든것을 버리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의 앞부분에 피부병에 대해 설명하고

허물에 대해 피부의 고름과 썩음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은 읽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자하는 부분이 단순히

인간의 피부 즉 외적인 부분에 대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엔

훨씬 수월하게 페이지는 넘어갔다.



버려졌다 생각하는 사람들.

살기위해 그들은 롱롱이라는 영원한 생명

즉 욕망을 좇는다.

이 과정들을 보며 난 나의 모습을 보았고

우리 시대의 모습을 읽었다.

욕망을 좇으며 스스로 욕망의 기둥을 세우는 인간.

그 욕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를

이 책은 묻고 있다.

또한 어쩌면 평생을 그 욕망을 좇아다니는 것은 아닌가를.



인사말에

곁을 지켜 준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인말이 인상깊었다.



다른 구역 사람들에게 D구역 사람들의 피부는 깨끗하다 해도 깨끗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라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숙주와 다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레 초래하는 귀결은 D구역은 다른 구역과 격리돼야 한다는 거였다. 그것은 다분히 정서적인 것이었지만 확실하게 작용하는 금기의 전제가 됐다. 간혹 원거리 여행을 떠나는 철새들처럼 훌쩍 떠나갔던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름에 흠뻑 젖은 깃털을 질질 끌며 구사일생 자신의 둥지로 되돌아왔다.

--- p.12~13



밤이면 벤치에 누워 생각했다.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버림받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p. 72



설명할 순 없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 방역 센터에서 그녀가 자신을 외면했던 순간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녀가 척에게서 자신의 수치를 보았듯이, 그도 그녀에게서 같은 걸떠올리는지도 몰랐다. 절망이나 무력감, 어쩌면 분노일 수도 있었다. - p.103



"멸망의 씨앗은 의심이라!" -129



그녀는 천장을 향해 반듯이 누웠다. 치료실에서 돌아오면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무거웠다. 가끔은 목구멍에 통증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배꼽 부근에 작은 구멍이 피딱지와 함께 아물어 있었다. 구멍은 겨드랑이와 입술 안쪽에도 있었다. 장기기 샅샅이 헤쳐진 기분이었다. 구멍이 숭숭 난 마른 스펀지 같았다. 누군가 손아귀에 쥐면 한 줌도 안 되게 오그라질 것만 같았다. 몸 여기저기 뚫린 구멍엔 얼마 안 가 새살이 돋았다. 하루 두 번,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이 매일 반복됐다.

--- p.44



프로틴은커녕 끼니도 잘 챙기지 못하니 허물은 금방 자라났다. 별 수 없이 다시 공원으로 와 전처럼 공원 관리인과 숨바꼭질하며 지냈다. 밤이면 벤치에 누워 생각했다.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버림받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 p.71



물은 양감을 가진 물체처럼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았다. 물결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한 줄기 물길이 분수대 밖으로 기어 나와 저 혼자 흘렀다. 뱀이었다. 물빛을 일렁이며 뱀이 분수대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물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 p.83



전설은 전하는 입마다 다르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다음 사람에게 전하기 때문이야. 믿음은 저절로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믿을 것인지 스스로 택하는 게야. 제 손으로 터를 파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집을 짓는 것이지. 너는 스스로 허물을 벗으면 마땅히 다시는 입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던 게지.

--- p.201


“전설은 전하는 입마다 다르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다음 사람에게 전하기 때문이야.”


“공포란 인간의 욕망과 여러모로 비슷하지. 공포가 공포를 낳는 것처럼 욕망이 욕망을 낳는다네. 내가 공포를 이용했다면 자네는 욕망을 이용한 거야. 허물을 벗고자 하는 욕망. 그게 죄라면, 자네와 내가 저지른 죄의 무게는 비슷할 걸세.” _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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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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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할 순 없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 방역 센터에서 그녀가 자신을 외면했던 순간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녀가 척에게서 자신의 수치를 보았듯이, 그도 그녀에게서 같은 걸떠올리는지도 몰랐다. 절망이나 무력감, 어쩌면 분노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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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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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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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크랩의 에덴남녀 - 성경에서 찾은 진정한 남성과 여성
래리 크랩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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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가 무한하신 하나님은 끊임없이 남자들을 불러 기억하게 하신 다. 자신이 어떤 분이시고, 어떻게 관계를 맺으시고, 무엇을 가르치시는지 기억하게 하신다. 또한 그들을 다른 사람들 쪽으로 움직이게 하신다. 타협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관계를 맺게 하신다.
그 목적이란 바로 바른 내용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님의부르심을 듣고 기억하고 움직이는 남자들은 남성다운 남자가 된다.
나머지 모두는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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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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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
그는 이 책을 크리스마스이브, 잠든 아내와 아이를 바라보며 써내려갔다고 한다.
과연 그는 어떠한 마음으로 써내려갔을까를 궁금해하며 책을 펼친다.

편집자의 안내에는
이 책을 최대한 천천히 읽으라고 쓰여 있었다.
최대한 천천히- 그렇지만 100쪽짜리 책이니만큼(글씨도 본문의 반 정도만 있는 아주 시원한! 편집 디자인) 두어시간 내외로 읽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의 깊이는 100페이지를 능가한다.

이 책엔 손에 꼽힐 정도의 적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심플한 구조속에 선과 위대함을 담았다.

그리곤 우리에게 질문하며 되묻는다.
당신이 아쉬워하는건 시간이 아니냐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내 기분은 마치 크리스마스에 따뜻하게 지펴지는 벽난로가 있는 거실에 있는 기분이었다.
따뜻하고 훈훈하며 온기가 느껴져서 마음과 몸이 온전히 따뜻해지는 느낌.

그 느낌은 이 책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어쩌면
아마도
디자이너와 편집자가와 번역가가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가
각자의 100프로를
끌어내어 만든 책이다.
잘 읽히고 잘 보인다.
참 잘 만든 책인 것 같다.


인간은 모두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

하지만 본인 인생의 끝의 시점을 아는 사람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가보다.

이 책에서 주인공이 중요한 것을 찾아가며

남은 삶을 써내려갔듯이.
가장 중요한 것을
그것을 일상의 삶에서 깨닫고 찾아간다면

삶은 얼마나 충만하며 좋을까?
아니 나는 난 얼마나 좋을까.

두고두고 읽을 책이다.
매년 추운 겨울이면 생각날 생강차 같은 책이다.


출간일 2019년 11월 01일
108쪽 | 288g | 127*184*15mm

모든 부모는 가끔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5분쯤 그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거다.
그저 숨을 쉬고, 온갖 책임이 기다리고 있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용기를
그러모으면서.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숨 막히는 부담감을 달래며.
모든 부모는 가끔 열쇠를 들고 열쇠 구멍에 넣지 않은 채 계단에 10초쯤 서 있을 거다.
- p.35~36​

나는 네게 우리가 실은 조그맣고 아늑한 동굴 깊숙한 데서 고 있다고,
하늘은 동굴 구멍을 덮는 바위 같은 거라고 말했다.
“그럼 별은 뭐예요?” 네가 묻기에 틈새라고,
거길 통해 빛이 조금씩 스며들어 오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네 눈도 내게는 그 틈새 같다고 했지.
빛이 조금씩 스며 나오는 작고 작은 틈새라고.
너는 그 말을 듣고 깔깔 웃었다. 그 이후로 그렇게 웃은 적이 있니?
- p.38

내가 너를 취직시켜 줄 수 있었지만, 수백 군데에 취직시켜 줄 수 있었지만,
너는 4세대 전에 증기선 터미널로 쓰였을 때부터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그 건물에 있는 술집 비뉠바렌의
바텐더로 일하고 싶어 했다. 나는 행복하냐고 무뚝뚝하게 물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리고 너는 이렇게 대답했다. “충분히요, 아빠. 충분히요.”
- p.59

나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너는 다정한 아이로 자랐으니.
- p.64​

“네가 죽는 걸로는 부족해. 그 여자아이의 온 생애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려면 다른 생명이 존재를 멈추어야 하거든.
그 생명 안의 내용을 삭제해야 해. 그러니까 네가 네 목숨을 내주면 네 존재는 사라질 거야. 너는 죽는 게 아니라 애당초 존재한 적 없는 사람이 되는 거지.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않아.
너는 여기 없었던 사람이니까.”
- p.85~86

우리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지.
그럴 때 우리 사이엔 늘 정적이 흐르잖니. 너는 바 카운터를 닦고 유리잔을 정리했고 나는 사랑이 담긴 네 손길에 대해서 생각했다.
너는 좋아하는 걸 만질 때면 항상 거기서 심장이 뛰고 있는 듯이 다루잖니.
- p.95


너는 웃으며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아빠."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너는 문을 지나 주방으로들어갔다. 나는 차마 너를 다시 부를 수가 없었다. 1초는항상 1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한 가지가 그 1초의가치다. 모두가 항상 줄기차게 협상을 한다. 날마다 인생을 걸고 거래를 한다. 이게 내 거래 조건이었다.
- p.99

“겁이 나네요.” 나는 실토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겁이 나는 게 아니야. 그냥 아쉽고 슬픈 거지.
너희 인간들에게 슬픔이 공포처럼 느껴진다는 걸 가르쳐주는 이가 없으니.”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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