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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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요즘 세상에 웃을 일이 크게 없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팍팍한 삶이다. ‘요절복통’의 사전적인 의미는 ‘몹시 우스워 허리가 아플 정도로 웃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독서를 주제로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요절복통하게 만들 수 있는지 믿기지는 않았다. 그저 1만원의 지출로 ‘피식’ 웃고 읽을 만한 책을 건지면 본전을 충분히 뽑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책은 책에 관한 이야기와 저자의 생활 속에서 일어난 재미난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는 책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책과 독서이야기를 다룬 전반부부터 슬슬 웃음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다. 흔히 독서 이야기를 하면 훈계조나 진지모드로 일관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희귀본을 구하기 위해서 출판사를 직접 쳐들어간다든지, 판매자와 싸우고 나서 잠시 뒤에 다른 이메일 계정으로 접근하는 저자의 모습은 근엄함과는 상관없고 웃기기만 하다.

 

특히 책의 용도를 설명하는 부분은 마치 영국의 고급 유머처럼 웃긴다. 본인은 웃지 않고 시청자의 배꼽을 도둑질하는 ‘미스터 빈’ 시리즈가 연상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책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은둔자에게 좋은 방어벽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직장의 사무실에서 고개만 들면 직장 상사와 눈이 마주치는 최악의 입지를 가진 사람에게 권한다. 책상 위에 책장이나 선반이 있다면 좋겠다. 고개를 들어도 상사와 눈 이 마주치지 않는 높이로 책을 쌓아두면 여러 가지 이득이 생긴 다. 우선 상사의 눈초리에서 해방될 뿐만 아니라 잠깐 낮잠을 잘때도자신을보호할수있다.또한아늑한느낌이들어서마치 화장실에 있는 듯한 안락함과 집중력이 보장된다. >

 

이런 기발함과 유머라니 !!

 

이런 유의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독서에세이가 지나가면 본격적으로 생활에피소드와 연관된 책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지금껏 어느 책에서도 읽지 못한 고급 유머가 쏟아진다. 침대에서 읽다가 옆으로 쓰러지고, 의자에서 읽다가 굴러떨어지고 지하철에서 읽다가 괜히 실없는 사람이라는 눈초리를 받았고 직장에서 읽다가 인터넷으로 몰래 개그프로그램을 본다는 오해를 받았다. 교사인 저자가 교실에서 사고를 치고 도망을 치는 제자를 잡으려고 추격하는 장면은 더욱 배를 부여잡게 만든다.

 

<불굴의 체력을 가진 '외로운 정미소의 왕자님'은 급기야 학교 뒤 야산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일단 레이스를 시작했으니 녀석을 체포하긴 해야 하는데 마음뿐이고,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들 사랑이 극진한 녀석의 부모님이 온갖 산해진미와 보약을 투입한 것이 분명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동원해도 도무지 녀석과의 간격이 줄어들지 않으니 말이다. 마치 열심히 달리고 싶은 데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어릴 적 꿈이 현실화된 것 같았다. 경사가 40도가 넘는 야산을 이 녀석은 마치 평지처럼 달리는데 나는 가슴이 터져서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 전까지 푸르고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노란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어졌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말이다.>

 

이 책의 매력은 뭔가 가르치려들지 않고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필체를 유지하며 아내와 수많은 냉전을 펼치면서도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스며들어 있으며, 나아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웃기고 또 웃긴다. 이렇게 미치도록 혼자 웃어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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