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 스웨덴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나다
최연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항상 보수당과 진보당(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을 진보당이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온건 보수쯤??)의 패널들이 나와 성장이 문제냐 분배가 문제냐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물론 실질적으로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주제는 아니지만 축약해 말하면 성장과 분배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는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은 나라를 소개한다.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193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돌밭과 가난, 실업의 문제로 고통 받는 나라였다. 복지도 당연히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1930년부터 1970년대까지 스웨덴은 급성장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복지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이는 곧 분배정책이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며, 과다한 세금이 국민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증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분배나 복지를 주장하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듯 외쳐대며, 세금을 높이는 일이(물론 여기서 말하는 세금이란 간접세가 아니라 직접세를 말한다) 국민에게 고통을 넘기는 일이라는 듯이 주장한다.

지금까지도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타게 에를란데르는 자신이 집권했던 23년 동안 성장과 분배(복지)를 모두 이루어냈다. 저자가 강조했던 에를란데르의 장점은 상생과 소통의 정치를 했다는 데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는 것이다.

세금 정책 하나만 놓고 우리나라와 비교해보자. 세금은 가장 중요한 소득 재분배의 역할을 하는 도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세금이 오르면 부자는 부자 나름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 나름대로 세금이 올랐다고 불평한다.

그것이 직접세일 경우, 즉 소득세나 재산세, 종부세 등의 세금일 경우 가난한 사람들이 불평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많이 올라야 수천, 수만 원에서 10여만 원 정도일 테니까. 하지만 부자들은 적게는 수십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수억까지도 오를 수 있다. 즉 가난한 사람이 1만 원 올랐다면 부자에게는 세금이 100만 원 이상 올랐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모두 모여 재분배되고 국가의 복지에 사용된다면 그 혜택은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받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1만원의 세금을 더 내고 2~3만 원의 복지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반면, 부자들은 자신이 낸 것보다 훨씬 적은 복지 혜택을 받게 된다. 때문에 세금이라는 것이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서민들은 세금이 오르는 것을 그렇게도 싫어할까? 그 이유는 그 세금이 온전히 국민들에게 쓰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낸 세금이 눈먼 돈이 되어 정부 관리나, 몇몇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공기업이나 정부 단체의 방만한 경영은 뉴스에서도 자주 볼 수 있고, 항상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즉 국민들에게 세금이 올바로 사용된다는 믿음을 주지 않고는 세금을 거두기도 쉽지 않고, 복지가 자리잡히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언급하고 있는 스웨덴의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그들의 정치 문화가 얼마나 선진화되어 있는지, 또는 복지정책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웨덴 국민들이 얼마나 국가에 대한 신뢰가 큰지에 대한 것이다.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면 어떤 정치인이 정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라를 발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선이 4~5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치인이든,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할 점은 올바른 정책도 아니고, 경제 성장도 아니고, 도덕적 청렴도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고 그를 기반으로 국정을 움직이는 힘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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