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편지
김용규 지음 / 그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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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제주도의 자연휴양림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다. 주변 관광을 하고 오후나 이른 아침에는 휴양림 내의 산책길을 걷던 그 휴가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마지막 날 오후 “숲 해설가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라는 주제로 숲 해설가가 가이드해주는 산책길 투어가 있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숲 해설가’라는 직업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저자 김용규는 숲 해설가다. 원래는 서울에서 벤처기업 CEO를 했다고도 한다. 처음이 책을 접했을 때는 제주도의 자연휴양림에서 들었던 숲에 대한 이야기들, 나무에 관한 사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나무나 숲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저자가 충북 괴산의 한 오두막에서 5년간 살아왔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편지들에 묻어 있는 소박한 느낌이었다. 즉, 문명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유롭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편안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숲속에서의 5년간의 삶 때문일까? 저자는 어찌 보면 자연인의 모습이었고, 또 선인 같은 모습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러웠다. 그렇게 살 수 있는 환경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그러다가 재미있는 부분도 발견했다. 저자의 아내와 자녀는 저자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썩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의 문명생활을 하다 산속으로 들어간 남편이, 아버지가 썩 달갑지 않았으리라는 것 또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또 경제적으로도 이전만큼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데서 오는 박탈감도 있었으리라.

각설하고,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윤광준 사진작가의 멋진 숲의 사진이다. 사실 윤광준이라는 이름은 내겐 생소했지만 이 책에 담겨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그의 작품들에 빠져버렸다.

단번에 읽기 아까운 책이다. 두고두고 다시 곱씹으면서 읽으면 시끄럽고 복잡한 문명사회의 중심에서 살아가는 내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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