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편지 - 인류 문명에 대한 사색
최인훈 지음 / 삼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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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요소로 화려한 문장과 다양한 어휘, 탄탄한 구성, 그리고 작품의 진실성 등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에 인간에 대한 고뇌와 애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장이 아무리 뛰어나고 구성이 좋더라도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없는 작품은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최인훈의 소설에는 이러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의 모습이다. 남한과 북한 그 어느 체제에도 소속될 수 없는 이명준이라는 사내의 모습을 통해서 최인훈은 당시 이념으로 고뇌하던 우리 민족(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 <바다의 편지>도 그러한 인간의 고뇌나 갈등 그리고 그러한 나약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책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가·작가로서의 최인훈의 모습이 아니라 사상가로서의 최인훈을 보여준다.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의 인간의 모습보다는 보다 거시적이고 폭넓은 인간과 문명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책을 엮은 오인영 교수 역시 <광장>이 너무 많이 알려져 최인훈을 단순히 작가로서만 바라보는 현실이 안타까워 그의 사상과 철학이 담긴 글을 모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인류 문명의 역사적 진화 과정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력이 담겨 있으며 또한 세계의 근현대 역사를 반추하며 굵직한 문명을 일으킨 국가의 모습과 그 명암에 대한 언급도 들어 있다. 그 외에도 책 제목과 같은 단편 <바다의 편지>라는 소설도 담겨 있다.

사실 읽기가 내용도 많은데다가 읽기가 녹록치 않아 내게는 버거웠지만, 이 책 <바다의 편지>를 통해서 소설가로서의 최인훈이 아닌 우리 사상가로서의 최인훈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 나름 큰 의미가 되었던 경험이다.

예전에 민주화 운동을 하며 저항 시인으로 유명했던 김지하가 동학사상과 생명사상으로 회귀해 쓴 글 모음집을 두 권 읽은 적이 있었는데, <바다의 편지>를 읽고 난 후가 꼭 그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어찌 보면 문학과 사상은 떼어놓으려야 떼어 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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