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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 - 한 권으로 읽는 도덕경과 한비자
상화 지음, 고예지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노자와 한비자를 함께 묶는다는 것이 왠지 부자연스러운 듯싶었다. 같은 제자백가 시대의 사상가라고는 하나 노자의 경우는 철학자에 가깝고, 한비자의 경우는 정치가에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일까?
게다가 <한비자>가 권력자의 통치 수단으로서 강조되었다면(실제로도 촉의 유비나 진나라의 시황제나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둥 등의 통치자들이 즐겨 읽던 책이라고 한다) 노자는 민중을 위한 저항과 반문명의 사상으로 강조된다. 물론 하안·왕필 등을 비롯한 위나라의 현학가들에 의해 노자의 사상이 ‘은둔과 청담의 사상’으로 왜곡되어 후대에 잘못 알려지기도 했지만 장자와 더불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 노자의 사상이다.(이러한 노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관해서는 기세춘 선생이 《노자 강의》(바이북스)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비자와 노자는 참으로 안 어울리는 매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라는 제목처럼 한비자에 대한 이야기는 대외적, 즉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처세술로, 노자의 사상에 대해서는 자신의 내적 성찰로서 접근하고 있다. 대외적 관계와 내적 성찰이라는 단서가 붙는다면 한비자와 노자가 그리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작은 제목들은 마치 자기계발서나 처세서를 상기시키게 만드는 제목들로 가득 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철학서라든지, 사상서, 인문서로서의 느낌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내용 중 몇몇 부분들은 분명 자기계발서를 뛰어넘는 사상이 있고, 철학이 있다.
내용 자체는 집중해서 읽기에는 좀 산만하고 이야기하는 바와 예화, 인용구가 잘 맞지 않는 듯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한비자와 노자를 한데 묶어 외적 행동의 기준과, 내적 성찰의 도구로 읽는다는 새로운 시도는 분명 재미있고 참신하다.
노자와 한비자의 사상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비추천이지만 자기계발서로 쉽게 읽고 넘기려는 사람에게도 비추천이다. 단, 어떤 모임의 리더, 권력자, 경영자로서 올바른 판단의 지표가 필요하다거나 자신의 내적 성찰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