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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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혹은 ‘어머니’라는 단어는 시대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명사다. 그중 아버지라는 단어에는 ‘강함과 약함’, ‘준엄함과 인자함’이 함께 담겨 있다. 아마도 아버지라는 이름이 갖는 이미지 때문이리라 여겨진다.

이 책 <아버지의 편지>는 이황, 유성룡,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조선 시대 당대 최고의 학자요, 예술가로 이름을 날리던 10인의 인물들이 자식(특별히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편지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때로는 자식의 잘못된 행실에 대해 엄하게 꾸짖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남에게 들은 자식 칭찬에 흐뭇해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자식에 대한 염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왜  ‘아버지’라는 단어에 ‘강함과 약함’, ‘준엄함과 인자함’이 함께 묻어 있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별히 재미있던 것은 이황의 편지와 박지원의 편지다. 이황의 경우 “범 같은 부모 밑에 고양이 새끼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이 꼭 맞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편지였다. 1542년 아들 준에게 보낸 편지(두 번째 편지)에서 이황은 자식의 과거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썼다. “시험을 보지 않을 요량이면 서울까지 올라올 필요도 없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이때 아들 준의 나이가 스물이었다. 아들은 과거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던 듯하다. 근데 그 뒤 편지를 보니 1551년에 준에게 보낸 편지에 역시 과거 시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려 9년간이나 과거 시험을 준비한 듯하다. 아니 그 이전부터 시험을 준비해 정확히 언제 합격을 했는지 모르니 최하 10년 이상은 걸린 듯하다. 당대 최고의 학자요 조선 성리학의 대부인 이황의 아들로서는 좀 민망스러운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아울러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까 싶은 마음에 안쓰럽기도 하다..)

연암 박지원의 편지는 이에 비해서 글공부나 과거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소소한 일상과 해학적 표현들이 많다. 특히 첫 번째 편지에서 “박제가에게서 중국에서 건너온 시필집 몇 권을 빌려볼 수 있으면 답답증이 풀어질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며 덧붙인 말이 재미있다 “하지만 그 인간이 꼴 같지 않고 무도하니 어찌 그 귀한 보물을 빌려주겠느냐”는 것이다.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지만 참으로 격의 없고 정감 가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전체를 아우르는 학자들의 편지이다 보니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나 생활의 모습도 곁들여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조선 초·중기까지의 부모들(물론 양반에 학자 부모들이라는 단서를 달아야 하겠지만......)은 자녀의 학업과 과거시험에 큰 관심을 가진 듯하다. 지금의 교육열에 못지않을 정도의 교육열이 느껴진다. 하지만 조선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과거에 대한 염려보다는 일상생활과 삶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강조되고 있음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해’란에서 편지의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해주기보다는 그 편지가 보내지던 당시의 상황이나 인물들의 형편을 좀 더 자세히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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