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내음이 묻어나는 화가,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ㅣ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사실 난 미술에는 문외한이다. 좋은 그림을 봐도 구도가 어떻고, 터치가 어떻고, 색이 어떻고 하는 평가는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좋은 그림과 그냥 그런 그림을 구분 짓기는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는 렘브란트와 클림트와 고흐다. 그림의 성향이나 느낌이 모두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그들이 끌린다. 렘브란트의 그림에서는 서정성이 묻어나는 듯해서 좋고, 클림트의 그림은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들어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화가는 고흐다. 고흐의 그림에서는 사람 내음이 묻어나는 듯하다. 사람이 아니라 해바라기, 구두, 의자 등을 그리는데도 왠지 사람 내음이 묻어난다. 그래서 고흐가 좋다.

이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역시 사람 내음이 묻어난다. 천재 화가, 우리와는 동떨어져 사는 외계인의 모습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사람다움의 모습들이 묻어난다. 짝사랑으로 고민하는 모습, 돈이 부족해 곤란해하는 모습, 그림 그리는 일에 빠져 흥분하는 모습,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하는 모습 등 보통 사람이 갖는 그런 모습들이 고흐에게서 그대로 배어난다.
책을 읽으면서 고흐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왜 그가 열정적인 화가가 될 수 있었는지, 왜 그를 불멸의 화가라 불리는 지를 짐작하게 되었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쉽지 않은 삶을 살았을 거라고 충분히 짐작은 했다. 하지만 그의 편지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짐작하지 못하는 세세하고 구체적인 일화와 사건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게다가 편지의 내용과 유사한 시기에 그렸던 그림들을 함께 실어 그 그림의 탄생의 배경까지 알게 되니 더욱 좋았다.

재미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으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들, 고흐에 관심있는 사람들, 고흐의 그림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읽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