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2025년이 다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올해를 마무리 할 책을 읽고 싶어 심사숙고하다가 고르게 된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

다아시로 인해 내 최애 고전이 되어버린 <오만과 편견>이지만 막상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은 읽어본 적 없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해보고 싶어 호기롭게 시작해보았다!


사실 모리 카오루 작가님의 만화 <엠마>를 정말 재밌게 읽었어서 제인 오스틴도 <엠마>를 먼저 읽고 싶었는데, 책 소개를 읽자마자 이성과 감성으로 마음이 끌려버렸다.

이성(Sense)을 최우선으로 하는 언니와 감성(Sensibility)을 더 중요시 여기는 동생의 우당탕탕 사랑이야기라니 꼭 우리 자매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나도 완전히 이성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T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서, 또 언제나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어떤 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할지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이쪽에 대한 제인 오스틴의 조언을 엿보고 싶었다.


약 600페이지나 되는 어마어마한 두께에 어느 세월에 다 읽나 싶었지만 하.. 이렇게 꿀잼인 소설을 읽어본 게 얼마만인지.

한번 시작하니 도저히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어 3일만에 호로록 완독해버렸다..!

크리스마스에도 유튜브에 제인 오스틴 플리 찾아 틀어놓고 열심히 과몰입했는데 정말 만족스러운 하루였음ㅎㅎ


막장 드라마+로맨스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사랑할 <이성과 감성>, 지금부터 간략하게 소감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아버지를 일찍이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세 자매, 그 중에서도 첫째 엘리너와 둘재 매리앤 대시우드 자매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대시우드 자매는 아버지와 첫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의붓오빠 존에게 원래 살고 있던 집 서식스 저택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재산을 빼앗긴 탓에 쫓기듯 바턴으로 이사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들이 자리잡게 도와준 존 경, 레이디 미들턴과 교류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면서 자매 각각 사랑에 있어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우선 첫째인 엘리너는 특이하게도 의붓오빠의 부인, 즉 올케 패니의 남동생 에드워드와 마음을 나눈 상태였다. 물론 서로 드러내놓고 좋아한다 말하거나 약혼을 약속하진 않았지만, 양쪽 모두가 품은 호감은 확실한 듯 보였으며 이로 인해 엘리너네 가족은 모두가 엘리너와 에드워드의 결혼을 의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엘리너가 이사갔음에도 따로 연락을 취하지 않은 에드워드로 인해 언제나 이성을 중요시하며 냉철함을 잃지 않는 엘리너 역시 서서히 흔들려 가는데..


이 와중에 둘째 메리앤은 좀 더 저돌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메리앤은 언덕에서 넘어진 자신을 도와준 젊은 청년 윌러비와 사랑에 빠져 말 그대로 정말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된다. 주변에 누가 있든간에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 서로만을 바라보고, 취향이 꼭 맞아떨어진 탓에 정말 쉴새없이 이야기를 이어 간다. 그리고 이런 메리앤을 무려 약 20살이나 차이 나는 브랜던 대령이 짝사랑한다. 한 마디로 삼각관계. 그래서 소설 속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과연 메리앤은 이 둘 중 누구와 결혼하게 될까?'이다.




두 자매의 막장&반전의 사랑이야기

둘 다 청춘의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왜냐면 소설이 중반부에 이르고 이들 자매가 런던으로 놀러가며 본격적으로 막장과 반전 드라마가 시작되기 때문.(역시 모든 드라마는 런던에서 시작이 돼)


우선 첫째 엘리너의 암묵적 연인이었던 에드워드에게는 사실 4년 간 약혼을 유지해온 약혼녀 루시 스틸이 있었다. (!!!!!)

여기서 진심 1차로 놀람. 왜냐면 에드워드가 굉장히 진중하고 신중하며, 겸손한 사람으로 묘사됐기에 이 성격과 부딪히는 스토리라인이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엘리너 역시 당사자인 루시에게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만 할 말을 잃고 마는데, 역시 남자는 예나 지금이나 제대로 된 놈이 별로 없다고..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윌러비와 불같은 사랑을 했던 매리앤 역시 윌러비가 다른 여자, 그것도 돈이 아주 많은 부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통수를 당하고야 만다.

근데 사실 얘네 커플은 이미 예견됐던 결말이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음.

매리앤과 윌러비의 사랑은 정말 철 없고 감성에만 치우친, 그런 불장난과도 같은 사랑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딱 뭐였냐면, 아무리 엘리너와 같이 감성보다 이성을 우선시하고 또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한들, 사람이 작정하고 뒷통수를 치려고 하면 그건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여기서부터 이 소설의 주제는 무엇일까 슬슬 고민되기 시작. 이성>>감성인 건 맞지만 결국 사랑에 있어서는 둘 다 소용 없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그러하듯 역시 이 소설에서도 결국 '이성'을 따라가면 아무리 비극적인 상황이더라도 희망은 보인다는 교훈이 들어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이성'에 근거한 판단

왜냐면 결국 모든 등장인물이 사랑에 있어 이성적인 판단과 선택을 한 덕에 각자 행복을 얻기도, 그 죄책감과 벌을 평생 짊어지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엘리너는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가족들 앞에서도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연으로 심한 우울감을 겪는 매리앤을 위로해주었고, 심지어는 에드워드와 루시의 사랑을 응원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이성적인 엘리너의 모습에 에드워드 역시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고 결국 엘리너와 결혼해 행복한 여생을 맞이하게 된다.


매리앤 역시 처음에는 윌러비의 배신에 충격 받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소설 속 그 누구보다도 더 크게 성장하였다. 사랑에 모든 걸 내던지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자기 자신을 더 갈고 닦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누구보다도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무뚝뚝하긴 하지만 마음이 깊고 신사 그 자체인 제2의 다아시, 브랜던 대령과 결혼해 평안을 얻게 된다. 물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이게 맞나 싶긴 했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뭐...ㅎ


반면 윌러비는 돈에 쪼들려 조건만 보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지만 뒤늦게 자신이 잘못 선택했다는 걸 깨닫고 평생 매리앤을 그리워하게 된다. 이런 애에게도 조금이나마 동정심을 느끼는 주인공네 가족이 정말 대인배라 생각되는 한편 이해도 안 됐는데, 소설의 결말부에서 이 상황에 대해 엘리너가 한 말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자기가 저지른 짓을 후회하고 있어.

하지만 왜 후회하겠어? 자기한테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야.

행복해지지 않아서 그래.

수치스러운 파산 위기는 벗어났지. 그런 고생은 안 해도 돼.

그러고 나니까 이젠 자기가 결혼한 여자가 너만큼 사랑스러운 성정이 아니라는 생각만 하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와 결혼했다면 행복했겠니?

불편한 점이 달랐겠지.

그때는 돈 문제로 괴로워했을 텐데, 지금은 돈 걱정이 사라져서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성정에 대해 불평할 거리가 없는 아내와 결혼하고 싶었겠지만, 그랬다면 언제나 돈에 쪼들리고 언제나 가난했겠지.

그리고 십중팔구 확실한 영지와 든든한 수입이 주는 무수하게 편리한 점들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을 걸.

가정의 행복보다도 말이야.

p.533-534

자기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불행하게 되어 있다는 걸,

이 소설의 윌러비가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엘리너의 말이 딱 맞다. 결혼 생활에 있어 어느 한쪽이 아무리 희생한들, 다른 한쪽에서 바가지가 새 나가면 결국 가정의 행복은 밖으로 줄줄 새게 되어있다.

결혼은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준비단계에서 하매 안 맞다 싶으면 난 과감하게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말들

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노력은 하지만 결국 그 기반이 되는 베이스는 굉장히 감성적이기에, 특히 아직도 사랑에 있어 낭만을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사람이기에 매리앤의 대사가 공감되면서도 어느 정도 거울치료를 하게 됐다.

난 모든 면에서 취향이 일치하지 않는 남자와는 행복하게 살 수가 없어요.

내 연인은 내 모든 감정에 낱낱이 공감해야 해요.

우리 둘은 똑같은 책을 읽고 똑같은 음악을 듣고 매혹당해야 하죠.

p.33

특히나 이 부분은 정말 과거의 내 발언과 너무나도 똑같아 놀랐다...ㅋㅋㅋㅋㅋㅋㅋ

예전의 나는 취향과 문화생활이 너무나도 중요한 사람인지라 이 부분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있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했었는데(우선 취향이 다르면 호감조차 느껴지지 않았음), 이제는 이런 것들은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


영화 <500일의 썸머>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오는데,

“취향이 잘 맞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운명적인 상대’라는 뜻은 아니다.”

이게 진짜 맞다는 걸 점점 깨닫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엘리너의 이 말들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화두마다 그렇게 곧장 결론부터 내서야 어떻게 친분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겠니?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깃거리는 금세 떨어질 텐데.

p.79

내가 싸고돈다는 그 사람은, 정도를 아는 사람이야.

그리고 분별력은 언제나 내겐 매력적이지.

p.84

평생 이처럼 원칙 없는 인간과 엮이는 재앙에서 탈출한 건 가장 현실적인 구원이고 가장 중요한 축복이라고요.

p.284

역시 생각과 말의 성숙도가 깊은 사람은 존재 자체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본인이 힘듦에도 가족과 주변인들을 알뜰하게 챙기는 엘리너의 마음씨도 닮고 싶었다(2026년 내 추구미).

그래. 하지만 그이만을 사랑한 건 아니었어.

다른 이들의 안녕도 내게는 소중했기에, 내가 느끼는 크나큰 감정을 굳이 알리지 말자고 기꺼이 마음먹었던 거야.

지금은 그 생각을 하고 그 얘기를 해도 감정이 그리 흔들리지 않고.

나 때문에 너까지 괴로워하는 건 원치 않아.

나한테는 내가 기대어 버티게 해줄 것들이 많이 있어.

내가 경거망동해서 이런 실망을 자초하지도 않았고, 나 혼자 최대한 견디면서 실망을 퍼뜨리지도 않았지.

p.402

아무튼! 내게 <이성과 감성>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훅훅 읽어간 소설인데다, 결혼과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어 소중한 문장들을 많이 간직하게 된 책이다. 이걸 20세의 나이에 첫 데뷔작으로 내놓은 제인 오스틴도 정말 대단하고, 이쯤되면 <설득>과 <엠마>도 이 정도로 재밌을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