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에 <친애하는 익명의 후원자님께>라는 소설을 읽은 적 있다. 여자주인공은 고아원에 보내진 전쟁고아로, 자신을 챙겨주는 익명의 후원자님께 편지를 쓰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익명의 후원자가 누군지 찾아가는 게 전체적인 스토리 플롯인데, 그걸 읽으며 정말 오랜만에 소설 <키다리 아저씨>가 머릿 속에 떠올랐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해 대명사가 되어버린 작품 <키다리 아저씨>. 책의 주인공 제루샤 애벗(애칭 주디)은 고아로, 고아원에서 독립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일을 돕는 조건으로 좀 더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울한 수요일'이라는 제목을 붙여 수필로 적어나가는데, 이를 흥미롭게 읽은 한 평의원이 그녀에게서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고 대학에 보내주기로 결정한다. 단, 한 달에 한 번 그에게 편지를 보낼 것을 조건으로. 그렇게 주디는 자신의 후원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대학에 입학한 이후 계속해서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마치 빨간 머리 앤의 앤처럼 주디 역시 굉장히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그녀의 편지에서는 글 한문장 한문장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도저히 미소 짓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유쾌함이 뚝뚝 묻어나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떤 것을 배웠는지,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것을 깨달았는지. 솔직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사랑스러움 그 자체라, 그 누구도 주디를 후원해주지 않고는 못 배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주디는 고아임에도 자신의 상황에 좌절하지 않았고, 늘 떳떳했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유추해가며 읽는 것 또한 이 소설의 재미포인트다. 왜냐면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거든요. 로맨스가 빠지면 쓰나~ 마지막에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사랑을 듬뿍 담은 러브레터는 내가 다 간질간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