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덮자마자 머릿속에 이러한 질문이 떠올랐다. '인간의 존엄성은 과연 무엇으로 정의되어야 하는가?'
물질주의, 자본주의가 팽배해진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소득'을 벌지 않는 사람을 굉장히 한심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하게 된 부모님을 외면하는 자식들도 허다하며, 그들을 짐짝으로 여기며 혀를 찬다. 공황장애로 밖에 못 나가게 된 사람들도 그게 다 마음이 약하고 의지가 약해서라며, 왜 사람이 강하지를 못하냐, 아득아득 이를 갈아 돈을 벌라 질책하기도 한다. 돈을 벌지 못하면 한순간에 인간의 존엄성마저 박탈당하며 벌레처럼 취급받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욕하는 가족들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냐하면, 솔직히 그것 또한 마냥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그들 몫만큼 벌어야 하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그만큼 벅차기 마련이며, 사지 멀쩡한 사람이 일은 안 한 채 집에서 놀고만 있으면 다른 가족들 입장에선 당연히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돈을 위해, 그리고 돈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돈을 버는 행위'는 자신의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에 그것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며, 그것이 세상을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못 하게 되면 결국 그레고리처럼 암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
여기서 우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레고리가 마냥 불쌍한가? 가족들이 마냥 나쁜가? 선과 악은 완전히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을 여기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나는 답변을 못 내리는 질문이라 생각해 그냥 그렇게 이 책에 대한 나의 평을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돈은 사람의 감정마저 희석시키며 동정을 느낄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그레고리의 가족이 부유했더라면 당장 재정 상태를 회복시킬만한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좀 더 그레고리의 변신에 대해 감정적 공감을 표하지 않았을까), 둘째, 경제 능력 상실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큰 불안감을 전해준다는 것.
참 안타깝고 씁쓸한 현실이지만, 이것이 또 현실이다.
시대를 가리지 않고 통용되는 이러한 명작을 만든 카프카의 통찰력과 비유에 감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