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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양장) ㅣ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설희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평점 :
언젠가부턴가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이 상당히 변질되었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처음 취지는 여성과 남성이 성별에 의해 구별되는 것이 아닌 그저 하나의 인간으로서 동등한 기회와 자격을 누릴 수 있도록 힘쓰자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었지만, 이렇게 성별의 구분을 없애자는 페미니즘이 아이러니하게도 갈수록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라고 구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부추기고 성별갈등을 촉진하는 하나의 촉진제로서 변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어찌되었든 페미니즘 자체가 그동안 열등한 존재라고 인식되어왔던 여성이 비로소 그 어이없던 누명을 벗고 드디어 남성과 같은 권리를 누리기 시작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성 인권 운동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의 여성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도전할 기회와 배움의 기회를 상실한 채, 그저 그렇게 상당 부분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수동적으로 살아가야만 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터무니없고 억울하고 분노스러운 일인가.
일찍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남성에게만 종속되어 살아가야만 했던 여성의 불합리한 현실의 부조리함을 깨닫고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낸 작가가 있다. 바로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는 페미니즘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책 <자기만의 방>을 통해 는 현실적인 답변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왜 이러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서술해나가고 있다.
책은 울프가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해나갈지 고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강연 준비를 위한 생각을 해나가려 했지만 사색에 잠기기 위해 들어간 잔디밭에서는 경비원에 의해 저지당하였고, 책을 읽기 위해 들어간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출입을 거절당하였다. 모두 단지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에서뿐이었다. 이후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에서도 울프는 여성이 남성처럼 돈을 벌 수도 없으며 위대한 일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며 '여성과 가난'이라는 질문에 왜 여자는 그래야만 하는가 의문을 느끼며 분노하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성별을 이유로 인간을 구별 및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 능력에 따라서 연봉을 구별해 차등지급하는 것? 그런 건 당연히 필요한 구별이다. 그런데 성별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가지게 된 것인데다 생김새가 조금 다르달 뿐이지 그 이외에는 별반 다를 것도 없는데, 그것으로 인간의 우열이 가려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뿐이다.
내가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울프가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을 해주었다는 것. 여성이든 남성이든, '픽션을 쓰기 위해, 즉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고정된 수입과 작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에게 통용되는 말이다. 흔히 자기계발 책에서는 돈이 없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라는 말들을 자주 하지만, 지극히 이상적이다. 1900년대 초에 저렇게 뜬구름 잡지 않은 현실적인 답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울프의 말이 정말 마음에 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