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일본문학 베스트 1
다자이 오사무 지음, 강소정 옮김 / 성림원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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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무언가 섬뜩함을 안겨주었던 책 <인간실격>. 인간이기를 '실격'당했다는 말 자체가 이 얼마나 무서운 소리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역작이자 자전적 소설인 <인간실격>은 요조라는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려서부터 늘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요조. 그는 늘 인간의 복잡한 속마음과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을 뿐더러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해 늘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동시에 여느 다른 인간들처럼 본인 자신도 인간과 어울리고 거기에 동화되고 싶다는 마음에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개그라는 거짓 탈을 쓴 채 늘 다른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웃기기 위해 노력하였다. 왜 우리도 한번쯤은 살아가면서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별 관심도 없는 이야기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관심을 가지는 척,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한 적이. 이를 테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쓰게 되는 거짓 탈들. 요조 역시 그러하였다.

'그건 인간에 대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지요.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함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인간을 단념할 수 없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개그라는 한 가닥의 선으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던 것입니다. -p.17'


하지만 그럼에도 요조와 인간 사이의 간극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요조는 여전히 인간을 두려워하였으며, 다른 사람의 말에 반박조차 하지 못하였고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묵살시켜 버렸으며, 늘 공포심에 젖어 있었고 우울해하였다. 그렇게 그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끝없는 방황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가 방황하는 모습들은 읽는 내내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나까지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로 극도스러울 정도의 우울함과 비극,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함 그 자체였다. 결국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요조는 약에 중독된 이후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며 스스로를 향해 '인간, 실격.'이라고 말하게 된다.

'지금은 이미 저는 죄인이 아니라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아닙니다, 결코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한순간이라도 미친 적은 없습니다.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인간, 실격. 이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닌 겁니다. -pp.162~163'


요조는 과연 정말 그냥 그렇게 미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말대로 미치지 않은 것일까.

사실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요즘 세상은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요조는 무던히도 노력하였지만 인간사회에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었다.

요조는 가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은 다들 어찌 저리 살아가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대목을 읽을 때마다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요즘. 다른 사람들은 어찌 이렇게 복잡하고도 힘겨운 세상을 어떻게 그렇게도 잘 헤쳐나가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 종종 궁금할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요조가 인간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너무나도 나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달까. 그는 다른 사람의 말을 거스를 베짱도 없었으며, 혼자서 무언가를 해나갈 용기 또한 없었다. 늘 타인의 시선을 무서워하였고, 자신의 꾸며진 모습을 남이 알아챌까 두려워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확고하지 않은 자아 속에서 그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며 무엇이 무엇인지 제대로 분간조차 하지 못한 채 줄곧 남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그 혼자서 이 힘들고 거친 세상을 살아나가기엔 너무나도 나약하였고, 또 겁쟁이였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속마음에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줄 사람, 즉 진정한 소통을 원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그런 존재가 없었다. 그 사실이 요조를 파멸로 이르게 하는데 한몫하였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세상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다소 비인간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괜히 이기주의가 현재의 사회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을까. 요조는 그 적당한 타락을 허용하면서 살 수 없었기에 인간 사회에 적응을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기를 실격당한 것이고. 현재의 사회는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힘들고 벅차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내내 요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조는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웠길래 스스로에게 인간 실격이라는 선고까지 내리게 되었던 것일까. 이해는 된다만, 조금 더 인생을 가볍게 살아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아마도 내가 이 책을 한창 방황하였던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더라면 무수한 공감을 보내며 읽었으리라 짐작하지만, 어느 정도 감정을 다스리게 될 줄 알고 안정된 느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책을 읽으니 그저 요조가 안타깝다는 생각만이 가득하였다.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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