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대한 개츠비 ㅣ 책세상 세계문학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평점 :

초라하기 그지없는 변두리처럼 느껴지던 서부를 떠나 돈과 명예, 그리고 풍요로움으로 가득차 보이는 동부에 매력을 느껴 뉴욕 롱아일랜드로 건너와 정착하게 된 닉 캐러웨이. 어느 날 닉은 자신의 먼 친척인 데이지와 그의 남편 톰의 집에 놀러갔다가 그곳에서 머물고 있던 골프 선수 조던 베이커로부터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개츠비는 닉의 옆집에 사는 어마어마한 부호로, 매일 밤 자택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어 수많은 초대객들이 그곳으로 모여들곤 했다. 닉은 이런 개츠비에게 호기심이 생겼던 찰나, 마침 개츠비로부터 초대장을 받게 돼 그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정식으로 참석하게 된다.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하게 된 닉은 거기서 개츠비에 대한 여러 심상치 않은 소문을 듣게 된다. 사람을 죽였다느니, 독일의 스파이였다느니 등 꺼림칙한 소문들이 개츠비라는 사람을 묘사하였지만, 곧 조던을 통해 개츠비가 닉의 먼 친척 데이지의 과거 연인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그가 이미 결혼해버린 데이지의 관심을 끌어 다시 만나기 위해 일부러 매일밤 성대한 파티를 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개츠비는 그 많은 괴상한 소문과는 달리 순전히 '사랑'만을 위해 달려왔던 것이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아메리칸드림의 절망과 물질만능주의로 변질된 사회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은 닳고 닳은 속물들이다. 가정을 두고 바람을 피고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희생시킨 톰, 도박으로 돈을 버는 울프심, 경기 중 부정을 저지른 조던, 그리고 물질적 풍요를 쫓고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데이지까지. 모두가 '물질'만을 쫓으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사랑을 위해서였다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막대한 부를 쌓고자 하였던 개츠비까지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개츠비'를 통해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차별점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아닐까 싶다. 개츠비는 소위 타고난 금수저 출신이었던 데이지를 사랑하였지만, 자신의 가난함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데이지는 시카고의 부호인 톰과 결혼해버리게 되었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개츠비는 끝내 데이지를 포기하지 못하고 온갖 노력 끝에 부자가 되어 데이지를 다시 찾아 사랑을 고백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에도 끝까지 순수한 사랑을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개츠비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측은심을 느끼게 한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개츠비가 저지른 일들, 이를테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것, 이미 결혼한 데이지를 꼬드긴 것 등 그의 만행들이 정당화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었다. 현대사회는 전래동화 속 이야기처럼 착한 일만을 한다고 해서 보상 받는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우리가 자신의 사랑을 위해,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 잘못된 일을 해온 개츠비를 향해 마냥 비판만을 던질 수 있을까? 소설의 맨처음에 나왔던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땐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좋은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어찌되었든, 개츠비가 모든 걸 다 던져서라도 끝까지 지키고자 하였던 실날 같은 희망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불가능해보이는 일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개츠비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