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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라 하면 늘 언급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문명 1,2권>이 출간되었다.
이번 문명은 전작 <고양이>와 이어지는 이야기로서,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고양이 바스테트가 '고양이 문명 건설'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그야말로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으로,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편을 가르고 싸우기 시작하며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작스럽게 퍼진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인류가 죽어나가며 인류 문명은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양이 바스테트는 멸망해가는 인류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으로서 고양이들을 주축으로 한 '고양이 문명'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되고, 제 3의 눈 덕분에 방대한 지식을 갖추게 된 동료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함께 새 문명 건설을 위해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고양이들의 영원한 숙적 쥐떼들 역시 자신들 '쥐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양이들을 습격해왔고, 고양이들은 이런 쥐에 대항하기 위해 인간과 협력하며 쥐떼를 물리치고 고양이 문명을 세울 준비를 철저하게 해나가기 시작한다.
2019년 말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인류 멸망설이 제기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전쟁과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게 됐고 이런 인간을 대체해 다른 종이 지구를 정복할 또 다른 새 문명을 건설한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소설 속 내용으로만 치부해버리기엔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법한, 너무나도 그럴싸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면 어떤 종이 지배종이 될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 종으로 고양이를 택하여 소설로 풀어냈지만, 아무래도 나는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내용을 다룬 영화 <혹성탈출>처럼 인간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가진 원숭이가 지배종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건 인류가 분열 대신 연대를 택함으로써 멸망하지 않고 가능한 한 이 문명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인 만큼 철저하게 '고양이'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해나간다는 점이다. 고양이들의 시점에서 고양이들 간의 대화를 듣다보니 내가 마치 실제로 고양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더불어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니 색다르면서도 평소에 우리가 깨닫지 못한 모습을 새로이 발견하게 되며 인간이 생각보다 현명하지 못한 종이라는 생각 또한 들게 되었다. 전염병으로 인해 모두가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협력은 커녕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인간의 모습을 향해 한심한 시선을 던지는 바스테트가 너무나도 공감되었다.
이 외에도, 똑똑한 고양이에게는 피타고라스라는 이름을, 잔혹한 고양이에겐 한니발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식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동물들에게 그 동물의 특성과 비슷한 역사 속 위인들의 이름을 붙여준 것 또한 소소한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
정말로 고양이가 쓴 것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양이에 완벽 빙의해 이 소설을 써내려간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신작 <문명> 역시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고양이>, <문명>과 이어지는 마지막 3번째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다는데, 그 작품 역시 벌써부터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