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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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의 내 모습, 어렸을 때 내가 가졌던 마음과 생각들을 온전히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성인이 된 이후 이따금 어린 시절의 나를 회상해보려 했지만, 그때의 내가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단지 흐릿하게 '아 나는 이런 아이였었지..'라는 생각이 들 뿐.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은 점점 나의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심지어는 그때의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할 것이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싶었나 보다.

그는 현실로 인해 삭막해져버린 어른들이 어렸을 때의 자신과 다시 제대로 마주해보길 바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 <어린왕자>를 써내려 나갔다.

현실에 의해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일깨워주고 있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이해가 안 됐는데, 어느새 어른들처럼 따분하고 틀에 맞춰진 이야기만 내뱉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이상함을 감지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계산하는 것 말고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어른처럼 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죠."

pp.31~32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어린왕자>는 이야기의 시작부터가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어른들의 잔소리에 의해 화가라는 멋진 직업을 갖고 싶어 했던 주인공의 꿈이 좌절된 채 시작한다. 주인공은 결국 어른들의 말대로 조종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어느새 여느 어른들처럼 딱딱해져 버렸지만, 이런 주인공이 사고로 인해 떨어진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렸을 때의 자신의 꿈과 생각들을 다시금 떠올리기 시작한다.


어린왕자는 원체 유명한 작품이기에 이미 어렸을 때 완독한 책이지만,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이해가 되는 것은 물론 너무나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어린왕자가 다른 행성을 여행하며 만났던 권력에 취한 사람, 거만한 사람,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 등등을 보며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넘어갔었는데, 지금 보니 현실에 찌들어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잊은, 한때는 순수한 아이들이었던 안타까운 어른들만이 보일 뿐이다.

예전에는 어린왕자의 시선에서 그들을 보았다면, 지금은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된 기분이랄까..

이젠 이걸 이해하고 공감하며 읽는 내가 싫어질 뿐이었다.

 

 

 

"나도 네게 수많은 여우들처럼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는 거야.

하지만,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서로 필요하게 되는 거지.

너는 내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는 네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고"

p.103

어린왕자에서 수많은 명대사를 만들어낸 사막여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하나 알려준다.

어린왕자는 자신이 소중히 키운 장미가 그저 똑같이 생긴 다른 수많은 장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하지만,

사막여우를 통해 "세상에 아무리 그것과 비슷한 것이 많더라도, 내가 그 장미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장미만을 소중히 여겼다면, 그건 더 이상 흔한 존재가 아닌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치는 남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것이 형편없이 보일지라도, 내가 그걸 특별하게 여긴다면,

그건 더 이상 형편없는 것이 아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린왕자의 교훈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남의 생각과 상관없이 내가 가치있게 여긴다면 그걸로 됐다.

 

 

 

"아마 내가 좀더 어른 같아서였을 테죠.

나는 늙었던 것 같습니다."

p.32

바쁜 현실에 치여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면 <어린왕자>를 다시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은 과거의 당신이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

어린왕자와 함께 떠나는 여정은, 당신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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