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연재 당시 철학적인 주제로 네이버 웹툰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데이빗'이 드디어 단행본(총 1,2권)으로 출간되었다.

당시엔 완결되면 몰아서 봐야지~ 했는데,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단행본으로 완결까지 쭉 달리게 되었다.

단행본에는 웹툰엔 수록되지 않았던 부록 페이지들이 수록되어 있었고, 각 권마다 특별 엽서가 2장씩 들어있었다.

작가님의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 서사와,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서양적인 매력적인 그림체가 내 눈을 사로잡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이야기는 총 20화로 길지 않다.

데이빗은 이 책의 주인공인 돼지의 이름이다.

데이빗은 티비조차 나오지 않는 산골마을의 한 농장에 태어났는데, 농장 주인에 의해 농장 주인의 아들인 조지에게 보내져 길러지게 되었다.

그런데 데이빗은 사실 그저 평범한 돼지가 아니었는데, 자라면서 점점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어 종국엔 사람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말하는 돼지..!)

농장 주인은 조지에게 데이빗이 말을 하는 돼지라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 하였지만, 산골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조지는 마을에 찾아온 유명 서커스단을 찾아가 데이빗을 보여주었고, 돼지가 아닌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데이빗 역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사람임을 인정받고자 조지와 함께 서커스단에 합류해 대도시 빅요크로 떠나게 된다.

 

빅요크에 도착해 서커스단의 일원으로서 무대에 서게 된 데이빗은 '말하는 돼지'라는 타이틀로 전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관심들로 인해 데이빗은 이제야 자신이 돼지가 아닌 사람으로서 인정받았나 싶었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데이빗을 사람으로 인정해야 한다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로 큰 분쟁이 일어나면서 데이빗은 혼란스러움과 실망, 절망감을 겪게 된다.

이에 데이빗은 데이빗의 '인'권을 인정받기 위해 힘써주겠다는 인권운동가 캐서린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람'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 마디로 이 책은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한 돼지 데이빗의 여정'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빗은 자신이 돼지인지 사람인지 계속해서 갈등하며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

이러한 데이빗을 보며 독자는 이 웹툰의 주제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도 관련된 한 가지 질문을 품게 된다.

과연 데이빗을 하나의 사람으로서 인정해야 할 것인가?

데이빗은 말을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지성체이니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몸뚱어리가 돼지에 불과한 돼지일 뿐일까?

애초에 사람이란 무엇인가? 과연 어떠한 이를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인가?

 

웹툰 데이빗은 작가의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시리즈 '사람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데이빗은 웹툰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돼지와 사람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사람의 정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그리고 데이빗은 중간에 자신이 내린 나름대로의 '사람의 정의'를 조지에게 이야기해주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삶이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스스로 결정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거야.

때론 선택한 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후회가 될 때도 있겠지.

하지만 이미 그 길을 걷고자 결정했으면 다시 되돌아갈 수 없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에 결정에 따른 책임도 따르는 거야.

자기가 걸어온 길에 대한 책임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질 수 있어.

내가 이 길을 걸어오며 알게 된 것. 내가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인생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것.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어야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야."

-pp.132~134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명받았던 부분이다.

데이빗은 '사람'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하였고, 거기에 대한 대답으로 '사람은 자신의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데이빗을 다 읽은 후 나도 내 나름대로의 사람에 대한 정의를 확립해보려 하였지만, 무어라 한 줄로 딱 정의할 수는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란.. 이성을 가지고 '참을 수 있는' 존재랄까?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말은 말이고, 돼지는 돼지고, 개는 개이듯, 애초에 인간은 하나의 종으로서 칭하는 명칭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데이빗을 인간이라 말할 수는 없지 않나.. 싶었다.

 

책에서 결국 데이빗이 인간으로 인정받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스포가 되니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다들 이 책을 읽으며 저마다의 사람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사람이란 과연 무엇인지, 여러분은 데이빗을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 의견이 궁금하다.

 

<데이빗=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

더불어, 웹툰 데이빗에서는 데이빗이 사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돼지로서 나왔지만,

어찌 보면 데이빗은 '이제 막 어른이 되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비유했다고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왜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는가.

나는 왜 태어난 걸까, 우리는 무엇일까, 사람은 왜 존재할까 등등과 같은 인생에 대한 질문들..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이 넓고 험난한 미지의 세상에 던져진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태어난 이상,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데이빗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국엔 자신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듯이, 나 역시 언젠간 내 존재의 이유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사실 거기에 정답이란 건 없지만 말이다.

 

<goodbye yellow brick road>

데이빗을 읽는 내내 엘튼 존의 노래 'goodbye yellow brick road'가 계속해서 생각났다.

데이빗은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산골마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 큰 꿈을 안고 도착한 대도시 빅요크는 그에게 상실감과 절망만을 심어줄 뿐이었고,

결국 상처 입은 데이빗은 자신의 고향인 시골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꿈을 안고 도시로 갔지만 그곳엔 허영만 가득할 뿐, 좌절감만 안은 채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내용의 노래 goodbye yellow brick road가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언제쯤이면 돌아갈까.

언제쯤이면 그곳에 정착할까.

그때 농장에 머물렀어야 했는데.

아버지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

 

당신은 날 영원히 붙잡아둘 순 없지.

난 당신과 계약하지 않았어.

난 당신 친구들이 열어보기 위한 선물 따위가 아니야.

이 작은 아이는 블루스를 부르기엔 너무 어려.

 

그러니 안녕, 노란 벽돌 길이여.

사회의 추악한 개들이 짖어대는 곳이여.

날 당신의 펜트하우스에 가둬둘 순 없지.

난 쟁기질이나 하러 돌아가겠어.

숲속의 늙은 부엉이가 울어대는 곳으로.

본능에 날뛰는 두꺼비를 사냥하는 곳으로.

마침내 알았어, 내 미래는 노란 벽돌 길 너머에 있다는걸."

 

가사 내용이 완전 데이빗의 서사 그대로다.

환상을 품고 간 곳에 환상 따윈 없었고 추악한 현실만이 남아있었다는 안타까운 얘기.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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