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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인류의 재앙과 코로나를 경고한 소설, 요즘책방 책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평점 :

2019년 말 중국에서 처음 발견되어 2020년 한 해 전 세계를 강타한,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1세기에 들어서 이만큼이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사건이 없었던 만큼 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그것이 발생된 양상과 진행상황에 이르기까지를 다룬 수많은 논문들과 연구 보고서들이 여기저기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일반인인 나의 입장에서는 알베르 카뮈의 명작 중 하나인 <페스트>야말로 코로나로 인해 우왕좌왕했던 작년 2020년의 모습을 가장 실감 나게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페스트는 전염병의 발생부터 시작해 그것을 치료하는 과정, 사람들이 재난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 전 세계인이 겪었던 작년의 모습을 정말 그대로 갖다 써놓은 듯한 느낌이 든 소설이었다.
1. 줄거리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당시 프랑스 소재의 도시였던 알제리의 항구 도시 '오랑'시에서 떼죽음을 당한 쥐 시체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몇 주 뒤 사람들이 이유 모를 병으로 하나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 시체로 발견되었던 쥐들은 사실 전염병 중 하나인 페스트(일명 흑사병)균에 걸려 사망한 것이었고, 이것이 사람에게까지 퍼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당국은 결국 전염병이 더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랑시를 봉쇄 조치하기로 결정하였고, 봉쇄된 오랑시 내에서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페스트와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인 리외, 장 타루, 하급 공무원 그랑, 신문기자 랑베르, 파늘루 신부 등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페스트로 혼란에 빠진 상황을 각자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어떻게 힘을 합해 연대해나가는지가 이 소설 <페스트>의 관전 포인트이다.
2. 관전 포인트
우리가 이미 실제로 코로나라는 전염병을 거치면서 경험해봤듯이, 페스트가 발병된 후 오랑시는 말 그대로 혼돈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오랑시의 주민들은 처음엔 막연하게나마 이 페스트가 금방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며 평소와 같이 카페에 가고 술을 마시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무렇지 않은 생활을 이어나갔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고, 급기야 집에 갇힌 채 격리생활을 하게 된 사람들은 그때부터 저마다의 우울한 상념과 고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며 돌아다녔던 예전의 시간들, 격리로 인해 볼 수 없게 된 사람들, 차마 이루지 못한 꿈들 등을 떠올리며 사람들의 심신은 점점 지쳐가게 된다. (작년 한 해 코로나 블루로 인하여 우울증 환자가 증가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의지할 곳을 찾고자 종교나 각종 민간요법 등에 매달리게 되며 도시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지고야 만다. 계속해서 우울감에 허덕이는 사람도 있었고, 신에게 매달리는 사람도 있었으며, 처음엔 페스트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다가 뒤늦게 사람들을 구하는 데 앞장서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에 따른 페스트로 인한 사람들의 내면의 변화가 페스트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또한, 페스트로 인해 대부분의 오랑 시민들이 좌절감에 빠졌지만 모든 사람이 넋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사람들을 치료하겠다는 사명감을 실행하고자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간 의사 리외와 같은 사람들도 있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연대의식을 발휘해 하나로 뭉쳐 자원보건대를 만들며 효과적인 치료를 구현코자 하는 노력도 계속되었다.
페스트라는 적에 맞서 서로 협력해나가는 사람들의 연대의식과 인류애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3. 마무리하며..
<이방인>으로 유명한 알베르 카뮈가 이 작품 <페스트>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만큼 페스트는 이미 명작으로 정평이 나 있는 소설이었지만, 사실 이 소설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읽었더라면 이만큼이나 마음에 와닿지도, 이만큼이나 공감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그냥 막연하게 '전염병이 퍼지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여기며 대충 읽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더 이상 나와 관련이 없는 세계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이상, 이 책은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은 것을 내게 알려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책의 모든 부분이 지난 한 해를 보는 듯해 계속해서 공감하며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페스트를 공감하며 읽는 세상이 될 줄이야.. 이걸 공감하며 읽는 내가 싫었지만, 그래도 코로나19를 겪은 현대인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은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페스트는 재난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동시에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대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통 앞에서 어떠한 사람인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리외와 타루와 같이 고통에 당당히, 그리고 의연하게 맞서 싸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러모로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본 서평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받은 독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