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시 100선이 추가된,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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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데미안을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처음 읽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다 보니 부푼 기대를 안고서 책을 읽어나갔는데, 생각보다도 종교적이고 사상적인, 다소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나와 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읽다 멈추고 읽다 멈추고를 반복하며 문장을 곱씹어보고 곰곰이 생각해보며 읽느라 끝까지 완주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어려운 책인 만큼 그만큼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어서 내 나름대로 정말 뜻깊었던 책이다.

 

1. 줄거리

데미안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안의 목소리(자아)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들'

주인공 싱클레어는 부유하고 올바른 집안에서 자란 전형적인 '도련님'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년이었다. 그는 열 살 무렵에 이 세계가 선의 세계와 악의 세계로 나누어져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데, 이후 이 선과 악의 기로에 서서 자신은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지 고뇌하고 방황하는 시간을 가지며 친구 데미안의 도움을 받아 결국은 내면의 성장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항상 부잣집에서 반듯한 부모님의 가르침 아래 평온한 선의 세계에서 살아왔던 싱클레어지만, 악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이 싱클레어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남몰래 솟아오르게 되는데, 선을 추구하면서도 악에 끌리는 이러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중대한 일이든 사소한 일이든지 간에 말이다. 어쨌든 선과 악, 올바른 일과 금지된 일이라는 대주제 아래서, 싱클레어는 악에 빠져 타락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악에서 벗어나 선을 갈망하기도 하며 이러한 방황의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된다.

 

2. 해석 - 사회의 요구 vs 내 안의 목소리

하지만 어째 보면 이 책에서의 선과 악은 단순히 '선'과 '악'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품 내에서 계속해서 언급되는 이 선과 악을 한편으로는 약간은 다르게 해석해 읽어보기도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선을 '사회의 요구와 기대, 성공이 보장된 길', 악을 '사회의 요구에는 반대되지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내 마음이 외치고 있는 운명'으로 해석해 대입해 읽어보는 것이 자아를 찾는다는 작품 주제에 더 부합하면서도 더욱더 와닿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따지면 데미안의 내용을 이렇게 해석할 수가 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부유하고 온화한 가정 속에서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자라왔지만, 그의 내면은 계속해서 다른 운명을 외치고 있다. 싱클레어는 사회의 요구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숙명적인 일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계속해서 방황하게 되고, 확립되지 않은 자아 속에서 혼란스러운 과정을 겪는 싱클레어에게 친구 데미안은 계속해서 싱클레어의 관점을 비틀어주는 역할을 한다. 데미안이 하는 말은 모두 이제껏 어른들이 해왔던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른 해석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기존의 고정관념들을 비틀어버리는 이야기들), 데미안의 이야기를 들은 싱클레어는 처음에는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특히나 '신성한 존재인 신이 창조한 세상이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신성시되어야 한다,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지 간에.'라는 그의 해석은 읽는 나조차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른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미안을 보며 싱클레어는 그가 '불결하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데미안은 그런 관점을 비트는 이야기들을 통해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너 자신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판단하며 살아가라는 뜻을 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어찌 되었든, 처음에는 데미안을 잘 이해 못 하던 싱클레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싱클레어는 데미안뿐만이 아닌 다른 여러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주변의 이야기보다는 내 내면의 이야기가 훨씬 더 중요한 것임을 드디어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아무리 가능성을 갖고 있어도 내가 내 안의 가능성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건 소용없는 일이다), 진짜 나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내가 내 안의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각오, 의지와 열망만 있다면 그 어떤 불투명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든 우리는 그걸 대처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결국 이 책 데미안은 내 안의 진정한 목소리에 집중하고 자아를 찾기까지의 과정을 표현해낸 소설이다.

싱클레어는 그 과정을 겪으며 많은 방황을 하지만, 방황의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진정한 나 자신을 마주 보게 될 수 있었다.

(중간에 싱클레어는 방황기를 겪으며 무기력과 우울증, 세상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자신의 내부세계가 혼란하니 외부세계에 대한 감흥조차 잃어버리게 된 것임을 뜻한다. 내가 힘들었던 시기에 티비에서 재미있는 프로를 봐도 전혀 웃기지 않았던 것과도 같은 이치인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나 싶다. 나는 앞으로 어떠한 방향을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과 고민들. 삶은 무엇인가. 내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임무는 무엇인가. 나는 사회의 요구대로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믿고 따라갈 것인가. 이런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던 경험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를 앞두고 이러한 생각들로 엄청난 고독과 방황의 시기를 겪었었는데, 이 때문인지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의 성장과정이 더욱더 공감되면서도 그때의 내 모습이 겹쳐 보여 과거를 회상하며 읽기도 하였다.

데미안은 한창 삶의 방향과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시기에 방향성을 알려주는 안내서와도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길은 매우 험난하고 외로운 길이다.

(데미안이 말했듯이) 그러한 과정이 두려워 자아를 찾기보다는 그저 사회 속에 동화되어 사회의 뜻대로 살아가기로 다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의 운명도 아닌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를 항상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를 가진 '표지'가 싱클레어와 데미안, 그리고 에바 부인에게도 있었듯이, 내 이마에도 새겨질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3. 선과 악을 아우르는 신 '아브락사스'

더불어 데미안을 얘기하는 데 있어 선과 악을 아우르는 신 '아브락사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나의 신인 아브락사스는 선도 악도 모두 받아들여 준다'라는 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앞서 나는 선을 '나에 대한 주위의 시선과 사회의 요구', 악을 '내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해석해 읽었다고 말하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의 신인 아브락사스는 선도 악도 모두 받아들여 준다라는 의미가, 나에게는 내가 어떤 길을 걷게 되든 모두 응원한다는 의미로 들려 무언가 찡하였다.

더불어 한편으로는 내 안의 선한 면이든 악한 면이든 다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 안의 악한 면을 그저 계속해서 거부하고 외면하고 덮어두고 증오하고 혐오하기만 하다 보면, 그건 언제든 어떠한 형태로든 폭발하게 되어있다.

그러니 오히려 그걸 똑바로 마주 보고 인정해 줌으로써 그걸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나는 더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데미안은 그러한 것들을 말해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데미안은 계속해서 싱클레어에게 선과 악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생각의 오류를 지적해준다.

금지된 일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어느 곳에서는 금지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이 구절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정답일 수도 있고,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옛날에는 대학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돌이켜보면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다. 대학을 간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안 간다고 무조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어차피 정답도 모르는 일, 사회의 요구보다는 그저 내 안에 새겨진 운명, 내 안의 목소리에 철저히 나 자신을 맡기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데미안은 마치 우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쨌든 항상 '선'만을 외치는 신의 개념에서 벗어나, 선과 악을 모두 포용한다는 신 '아브락사스'의 개념은 내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4. 마무리하며..

데미안은 굉장히 비유적인 표현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하는 방식도, 또 느끼는 바도 매우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찌 되었던 그 책을 읽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데미안을 읽고 이러한 것을 느꼈는데, 다른 사람은 또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하였는지도 궁금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한 번 읽어서는 그 참맛을 느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가 달라지고, 해석이 달라지고, 전에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계속해서 찾아지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명작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을 사회의 기대와 내 안의 목소리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나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많이 어려운 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학창 시절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좌절의 시기를 겪었던 작가의 생애를 생각해보면 데미안이 더욱더 잘 이해될 것이다. 게다가 스타북스의 데미안 버전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 헤르만 헤세가 그의 고뇌에 대해 적어나간 영혼의 시 100선도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삶에 대한 고찰을 더욱 도와준다. 더불어 데미안과 굉장히 비슷한 내용인 작가의 전작 '수레바퀴 아래서'도 함께 읽어볼 것을 강추한다.

 

 

*본 서평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받은 독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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