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도 어렸을 때는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그 상황을 이겨낼 용기와 자신감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학창 시절을 겪고 성인이 되어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가 그리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 많던 자신감은 한순간 재가 되어 흩뿌려지듯이 사라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현실에 순응하며 좌절한 채 그저 하루하루 적당한 시간만을 보내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주를 삼킨 소년'의 주인공 엘리는 이런 현대인들에게 잊고 있었던 도전정신과 희망과 용기를 다시금 불어준다.
주인공 소년 엘리 벨은 다소 특별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이다.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지 않은 채 허공에다가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의 형 오거스트 벨, 타이터스를 도와 불법 마약상 일을 하고 있는 엘리의 엄마 프랜시스 벨과 새아빠 라일, 그리고 누명에 씌인 채 몇십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어야만 했던 악명 높은 탈옥수이자 엘리의 베이비 시터 슬림 할리데이 할아버지까지, 엘리의 주변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평범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아픔, 어둠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엘리에게 아낌 없는 사랑을 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벌어진 한 사건이 엘리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고야 만다. 엘리의 부모님이 타이터스 몰래 뒷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타이터스가 알아채면서, 라일 아저씨는 타이터스에게 소리소문도 없이 끌려가고, 엘리의 엄마는 마약 거래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며, 엘리와 그의 형 오거스트는 슬림 할아버지와 헤어진 채 친아빠집에 맡겨지게 되며 엘리의 가족은 모두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이렇게 가족 모두가 절망에 빠진 암울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엘리는 희망을 간직한 채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다시 예전처럼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책 '우주를 삼킨 소년'은 그러한 엘리의 노력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엘리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엘리가 교도소에 수감된 채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살아가던 엄마를 위해 몰래 교도소에 들어가 엄마에게 희망의 말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는 엘리의 대사로부터 나까지 위로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범죄부 기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며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엘리의 모습에서는, 나도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이 책의 진정한 영웅 슬림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인해 억울하게 몇십년이라는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낸 슬림 할아버지는, 자신이 어떻게 그 암울한 곳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엘리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러면서 엘리가 잘못된 생각을 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엘리에게 삶의 지혜를 던져주며 엘리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와주는 슬림 할아버지의 대사들은, 하나같이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질문들이었다.
사실 엘리와 같이 평범하지 않은 집안에서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열악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기가 쉽다. 환경이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나가는 엘리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새 삶을 살아갈 원동력을 제공해준다. 나는 이 책을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향해 한발짝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우주를 삼킨 소년 엘리가 당신을 기꺼이 도와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