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현대 편 - 대공황의 판자촌에서IS의 출현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최근 들어 세계사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와중에 세계사를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만한 책을 한 권 발견하였다. 바로 책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이 책은 방대한 양의 세계사를 '흑역사'를 주제로 몇 가지 키워드를 선정해 압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단순히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었다고 나열하는 식의 서술이 아닌, 말 그대로 실수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발생한 부끄러운 '흑역사'를 통해 세계사를 비추어봄으로써 더욱더 재미있게 세계사를 공부할 수 있었다.
책은 고대~근대 편과 현대 편 총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으며 각각 50가지의 흑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고대~근대 편은 기원전 490년에서 1924년까지의 역사를, 현대 편은 1930년에서 2003년까지의 역사를 담았다. 나는 현대 편을 읽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현대와 근접해있는 역사에 대해서 다루다 보니 고대~근대 편보다는 좀 더 실용적이고 유용한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책 제목 그대로 세계사의 오점이라고 불릴만한 '흑역사'에 대해 다루었다. 즉, 다른 대부분의 세계사 책처럼 역사에 있어 영광적인 순간, 찬양할만한 순간과 같이 기억될만한 역사에 대해서 다룬 것이 아닌, 지우고 싶은,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은 역사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더욱더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좋았던 선택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배우는 이유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더 좋게 만드는 것보다 더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두고두고 볼만한 세계사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와있는 어리석은 선택과 섣부른 판단으로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치른 위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 사람처럼 저런 실수는 저지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몇 개 적어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비해 전쟁 수완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차 세계대전에서 얻은 교훈과 깨달음을 바로바로 흡수하지도,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도, 기술의 변화에 따라 바뀐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그에 맞는 신식 전술을 펼치지도 않은 둔한 행동으로 독일군에 참패한 프랑스의 이야기, 그리고 수많은 국가를 정복한 후 승리를 눈에 앞두었지만 공급품 부족의 문제와 혹독한 추위로 인해 끝내 소련의 핵심 모스크바를 함락하지 못하고 소련을 침공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역사 속 많은 왕들처럼 잘못된 선택을 한 히틀러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두 사건 모두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였다는 점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실제로 잘 적용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이렇게 이 책은 흑역사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교훈을 던져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역사에 대해 '만약 프랑스군이, 또는 독일군이 이러이러하였다면 실패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저자가 마지막 부분마다 달아놓은 코멘트 덕분에 내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짜보면서 나아가 생각의 나래를 더욱더 펼칠 수 있었다는 점도 정말 좋았다.
이 외에도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정말 많이 나와 있었다. 이를테면, 저자가 '로널드 레이건이 일찍이 정치에 뛰어들지 않고 세기의 영화 '카사블랑카'의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더라면?'이나 '미국이 호찌민을 지지했었더라면?'과 같은 주제로 저자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시나리오를 써나간 것도 흥미로웠다. 가상의 상황을 실제로 일어났던 일처럼 정말 실감 나고 현실적으로 써놓은 시나리오를 읽고 있자니, 정말 저자의 시나리오대로 역사가 펼쳐졌더라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읽는 나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세계사를 흑역사라는 키워드로 역사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재미와 교훈을 모두 잡을 뿐만 아니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역사들까지 쏙쏙 정리해주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독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게 만듦으로써 세계사를 좀 더 사고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세계사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를 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