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카락은 늘 삐쭉삐쭉 솟아 있고, 어딘가 자신감 없어 보이는 소년 캐머런은 너무나 잘난 두 형 밑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큰형 스티브는 풋볼팀의 에이스였고, 작은형 루벤은 미소 한방으로 모든 여자들을 쓰러뜨리는 타고난 바람둥이였다. 누나인 세라는 방황하던 시기를 거쳐서 자신만의 길을 닦아 나가고 있다. 이런 손위형제들 밑에서, 가난한 가정에서 캐머런은 늘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 만이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고, 글을 쓰는 것 만이 자신의 영혼을 지키는 일이었다. 캐머런은 늘 글을 써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언제나 글을 가지고 다닌다.
'좀 외로운 새끼'
작은형 루벤이 캐머런을 부르는 말이다. 루벤은 여자친구 옥타비아와 만나고 있었다. 옥타비아, 하모니카 연주자 옥타비아, 캐머런이 한눈에 반한 여자 옥타비아. 캐머런은 루벤 여자친구 옥타비아의 진가를 한눈에 알아보고 단번에 사랑에 빠졌다. 형 여자친구지만 은근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친구를 갈아치우는 게 취미인 루벤은 옥타비아를 차버렸고, 새로운 여자친구 줄리아를 만났다. 그리고 슬퍼하던 옥타비아는 캐머런에게 "우리집 앞에 와서 있어줄래?"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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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캐머런이야. 늘 여자 안에 푹 잠기고 싶다고, 여자의 영혼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 근처에라도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어. 심지어 여자 몸에 손이 닿은 경험도 없어. 나한테는 친구가 없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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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여자친구 사귀는 게 소원인 외롭고 진지한 소년 캐머런은 옥타비아와 사귈 수 있을 것인가? 형의 전여친과?
『책도둑』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린 작가 마커스 주삭의 작품 『내 첫번째 여자친구는』은 그가 『책도둑』과 『메신저』이전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로 작가가 작품을 쓴 순서는 『책도둑』 『메신저』 『내 첫번째 여자친구』라고 한다. 『책도둑』을 너무도 좋아하는 바람에 『내 첫번째 여자친구는』이 나오자마자 바로 펼쳐들었다! 원제는 'Getting the Girl'이다.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여자 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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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얻기
나는 생각을 열심히 한다--침묵과 여자를 얻는 것에 관해. 얻는 것. 얻는 것. 젋고 지저분할 때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여자를 손에 넣을지만 생각했다...... 적어도 그것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말은 그렇게 한다. 나에게는 그 이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애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애를 알고 싶다. 이해하고 싶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말할지. (중략) 그러나, 평소와 마찬가지로, 기다려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절대 모른다. 어쩌면 언젠가는 나도 이해할지 모른다. 언젠가는 여자를 얻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심지어 세상을 얻을지도 모른다......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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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이 생각하는 '여자 얻기'는 단지 여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스로를 패배자로 규정한 한 십대 소년이 외로움에서 벗어나 괜찮은 사람이 되기위해 발버둥을 친다.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캐머런은 늘 글을 쓰고 오래 생각을 한다. 각 장을 닫는 캐머런의 글은 짧은 시처럼 읽힌다. 여자를 얻는 것에 대해, 손뼉을 치는 행위에 대해, 한 여자가 자신을 떠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어른스럽게 정리해간 글을 읽고 있노라면 생각지도 못했던 표현에 감탄할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얼굴이 떨어진다'고 표현하고,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연 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공기의 맛이 좋다고 표현한다. 캐머런의 감정은 그렇게 과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시처럼 깊지만 담백하게 우리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온다.
한 작은 시인이 여자친구를 얻기 위해,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세상을 이해하고 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써내려간 기록, 『내 첫번째 여자친구는』. 이 쓸쓸한 겨울밤을 달래줄 서정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어딘가 외로워보이는 꼬마 시인 캐머런의 이야기를 꼭! 읽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