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만 두 번을 읽었다. 필립 로스의 <죽어가는 짐승>
또 두 권을 사서 선물을 했던 작품이다.

노 교수 데이비드 케페시가 등장한다. 인터뷰를 하듯,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자신이 사랑했던 아이 '콘수엘라'에 대해. 자신의 아들에 대해. 그리고 콘수엘라의 가슴에 대해.
노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노 교수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털어놓는다. 이 교수의 또다른 학생일지도....
케페시는 늘상 자신의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즐겼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콘수엘라'는 조금 달랐다. 케페시는 콘수엘라에게 굴복당했다. 자신의 사그라드는 생명력에 반해 그녀는 너무나 밝게 빛났다. 케페시는 콘수엘라가 만나는 다른 남자들에게 심한 질투를 느꼈고, 그녀를 만족시켜주고 싶었으며, 그녀가 만족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 또 함께할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더욱더 힘겨워한다.
하지만 이런 불온한 사랑은 끝이 나게 마련이다. 콘수엘라는 몇 년 뒤, 다시 케페시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다. 자기의 아름다운 육체를 봐달라고, 사진으로 찍어달라고 한다. 콘수엘라의 찬란하게 빛나는 육체에 반했던 케페시는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작품 <은교>와 여러 면이 비슷했던 작품이다. 점점 사그라드는 육체의 남성이 생명력으로 가득찬 젊은 여성에게 빠진다는 설정. <은교>도 영화화가 되었고, 이 작품또한 <엘레지>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젊은 콘수엘라 역할을 했는데 정말 예쁘다..... 몸매도 정말 예쁘고....


그 아이의 커다랗고 아름다운 가슴. 그리고 역동하는 생명력. 그리고 애써 부인해보지만 어쩔 수 없는 죽음.
| 이런 욕구. 이런 혼란. 절대 멈추지 않을까? 한참 지나고 나니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 그 아이 젖퉁이? 그 아이의 영혼? 젊음? 소박한 마음? 어쩌면 그보다 나쁠 수도 있어--어쩌면 이제 죽음에 다가가게 되니, 나도 은근히 자유롭지 않기를 갈망하는지도 몰라. |
이 책을 다 읽고나자, 죽어가는 짐승이 누굴 뜻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케페시를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콘수엘라를 뜻하는 것일까. 아무튼 우리 모두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음이 틀림없고, 우리의 생명은 시간이 갈수록 사그라드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의 욕망은 시간이 흐른다고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소유욕은 언제나 강렬할 것이다.
| "내 심장을 살라다오, 욕망에 병들고 죽어가는 짐승에 단단히 들러붙어 있어 이 심장은 자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예이츠. 그래. "모두 그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
사진을 찍었는데... 표지의 여인이 너무 추워보여서 낙엽 이불을 덮어주었다.
죽어가는 짐승과 생명을 다해 떨어진 낙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