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돌려 입기 1
앤 브래셰어즈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청바지 돌려 입기>라는 책을 옛날에 읽었었다.

그땐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해줘서 읽었었는데, 그때도 이 네 명의 소녀에게, 이 마법의 바지에게 홀딱 반해버렸었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만난 개정판 <청바지 돌려 입기>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학생인 내가 읽었던 <청바지 돌려 입기>는 나에게 미국 고등학생들의 삶에 대해 큰 환상을 갖게 만들어주었는데, 이번에 읽은 <청바지 돌려 입기>는 살짝 슬프고 아련한 느낌이었다.



주인공인 네 명의 소녀는 한창 사춘기를 겪을 16~17살 사이의 소녀들이다. 엄마끼리 친구여서 태어나자마자 친구인 이 네 소녀들은 매년 여름을 함께 보냈다. 눈 뜨자마자 만나서 놀다가 헤어지면 집에가서 잠이 드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웬일인지 네 명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청바지 한 벌이 눈에 띄었다!


생김새도, 성격도, 몸매도 다른 네 명의 소녀들에게 이 청바지는 딱 맞았다. 심지어 이 바지를 입으면 더 예뻐보이고 매력적이 되는 것 같았다. 이들은 이 바지를 '마법의 바지'라고 부르기로 하고 여름방학동안 돌려 입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이 네 명의 친구는 교환일기를 돌려서 쓰듯, 이 바지를 돌려 입는다.


"난 이 자리에서 이 바지를 동등하게 소유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 이 바지는 우리가 가는 곳을 전부 찾아다닐 거고,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서로를 하나로 묶어줄 거야."


네 명의 십대 소녀들은 언제까지 함께일 수 없다. 대학도 가야 하고, 가족들이 이사를 갈 수도 있다. 또 혹시 대학교를 비슷한 지역으로 간다고 해도 결혼을 하게 되면 또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이 소녀들은 처음으로 떨어져서 지내는 연습을 한 것 같다. 신고식은 혹독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었고 기쁜일과 슬픈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무척 우울했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마법의 바지가 있다. '우정'의 힘이 있다. 따로 떨어져 있어도 함께일 수 있는 우정의 힘이 이들에게는 있던 것이다.


성인이 되어가는 이들 앞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아빠의 재혼, 느닷없이 찾아온 첫사랑, 불치병에 걸린 친구.... 16년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을 맞이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아니, 해결한다기보다는 문제를 받아들인다. 고작 16살인 소녀들이 어떻게 아빠의 재혼, 친구의 죽음을 해결할 것인가. 각자의 성격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문제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서로를 격려한다.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이 네 소녀들의 행동이 다 크고 나니까 이해가 되었다.


나에게도 이 네 소녀들 같은 친구들이 있으니까. 무려 5명이나 있다. (이들은 넷이지만 우리는 여섯이라고!) 성격이 제각가인 네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 넷 중에 나는 누구일까, 내 친구 B는 누구와 닮았을까, R은? L은? J는? C는? 이렇게 찾아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심술이 나면 일부러 더 나쁘게 행동하는 카르멘은 나와 비슷하고, 예쁘고 활달한 브리짓은 R과 비슷하다. 그리고 예술가적인 성향이 있는 레나는 L과 비슷하고, 얌전한 면이 있는 레나는 또 J와도 비슷하다. 이렇게 네 친구들 사이에서 내 친구들의 모습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 내 친구들 사이에서 있을법한 인물들과 있을법한 사건전개가 등장하면서 첫 출간당시 전 세계 청소년들 사이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교환일기처럼 돌려 입는 바지는 그 사이에서 우정의 징표가 되어준다. 나와 내 친구들의 다이어리가 우리 우정의 징표가 되어준 것처럼. 사실, 지금도 내 친구들과 만들어놓은 단체 카톡방은 계속 울리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친구들이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청바지 돌려 입기>의 네 명의 소녀가 부럽지 않은 밤이다.

 

 

 

"난 이 자리에서 이 바지를 동등하게 소유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 이 바지는 우리가 가는 곳을 전부 찾아다닐 거고,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서로를 하나로 묶어줄 거야."

숨을 멈추고 바지를 펼쳤다. 바지에 담긴 천 개의 소원이 풀려나도록. 이제 바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돌려 입는 바지`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행복이란 거창하게 모든 환경이 바뀌는 게 아니라, 내 삶의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게 아닐까. 소소한 기쁨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 슬리퍼를 신고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시청하는 것.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는 브라우니를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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