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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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일그러진 모습의 저택.

붉게 칠한 모습이 어딘가 불길하다.


표지의 저택 그림은 귀여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붉게 물든 달, 찍은 이 없는 발자국, 그리고 기괴하게 뒤틀린 형체 덕분에 음산한 느낌도 든다. 겁이 많아서 많이 무섭지는 않았으면, 하고 펼친 책 세라 워터스 『리틀 스트레인저』


패러데이는 어렸을 때, 유모로 일하는 엄마를 따라 헌드레즈홀에 처음 발을 들였다. 어린 패러데이는 이 저책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넋을 잃는다. 가난하게 자라온 자신이 절대 꿈꿀 수 없는 집이었다. 그는 욕심이 난 나머지 저택을 장식하고 있는 도토리 모양을 칼로 긁어낸다. 그리고 아무도 몰래 그 도토리를 숨겨온다.


페러데이는 30년이 지난 후, 이 저택에 우연히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의사가 된 그는 헌드레즈홀 하녀가 아프다는 애기를 듣고 그 집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헌드레즈홀은 어렸을 적 패러데이가 갖고 싶었던 그 집이 아니었다. 몰락하고 있는 중이었다. 전쟁을 두 차례 겪은 영국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고, 귀족들의 가문은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에어즈 가문 역시 쇠락해가고 있었고, 헌드레즈홀만 빼고 영토와 그밖의 세간들을 조금씩 조금씩 처분해가고 있었다. 패러데이는 너무나도 달라진 저택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에어즈 가문의 장남, 로더릭의 다리를 치료해주기로 하고 가문의 주치의가 되어서 이 저택을 드나들게 된다.


캐럴라인과 각별한 사이가 된 패러데이는 캐럴라인에게 어렸을 때 자신이 이 집에 있던 도토리 장식을 떼어내었다는 얘기를 해준다.

"그때도 이 집을 좋아했던 거네요?"

"망가뜨려서라도 갖고 싶을 만큼요." 99쪽

 


안그래도 음산한 분위기의 이 저택에서는 본격적으로 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에어즈가문과 오랜 시간 헌드레즈홀에 살았던 애완견 지프가 손님의 얼굴을 물어버리는 사고가 일어나고, 집에 여기저기 불길한 흔적들이 생긴다.


 

 

그 그을음 자국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문득 그것이 로드의 얼굴과 손에 있는 화상 자국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의, 혹은 캐럴라인의, 혹은 그들 어머니의 불행과 좌절에 응해, 온 가족의 비탄과 절망에 답하여 집이 스스로 상처를 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219-220쪽


그을음 자국의 등장 후, 집에 큰 불이나서 안그래도 으스스한 분위기의 헌드레즈홀이 더 심란한 모양새를 하게 된다. 집을 수리할 비용도 없어서 제대로 수리를 하지도 못했다. 검게 그을린 방 문만 잠가놓을 뿐이다. 큰 불이 난 후에도 기이한 일은 계속 일어난다. 에어즈부인의 몸에 알 수 없는 상처들이 생기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불행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에어즈 부인, 그리고 캐럴라인까지 무사하지는 못한다.


범인의 정체는 과연 귀신일까? 아님, 로더릭의 말대로 감염되는 것일까? 아님 에어즈부인 말대로 어렸을 때 죽어버린 딸 수전일까? 아님 캐럴라인의 '당신'일까.


700쪽에 달하는 이 작품에서 명확하게 들어나는 건 하나도 없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또 그가 범인이라고 해도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가 어떻게 벌였는지 명쾌하게 설명을 할 수도 없다. 단순한 추리소설, 공포소설이 아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트릭이 불분명하고, 공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공포스러운 면면이 적다. 이 두꺼운 작품을 읽고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다시 읽어야겠다' 였다. 일반적인 통념을 뒤엎는 반전은 이 어마어마한 분량의 작품을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말았다. 정말 미스터리한 작품이다. 추리소설도, 공포소설도 아닌 미스터리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이 두 번의 전쟁 후,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변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린다. 이 과정이 공포스럽게 묘사된 소설이라고 정리하려면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엔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소설 같다.

정말, 반드시, 기필코, '그 사람'이 범인이다! 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이 작품을 읽어야겠다.....


이 기이함을 이 암울함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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