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본 적이 있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아마존 그 자체에 놀라고,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 놀라고, 심지어 그들만의 규칙과 언어가 있다는 것에 더 놀랐다. 편견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아마존에 사는 사람들은 낙후된 환경에서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다큐멘터리가 내 편견을 처음으로 깨어주었고, 앤 패칫의 장편소설, 『경이의 땅』은 그 편견을 두번째로 깨어 산산히 부수어주었다.

 

 

노란 표지의  『경이의 땅』를 처음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성장소설이다!' 였다. 그리고 작품을 1장, 2장, 3장 읽어나갈수록 '성장소설인 거 같기도 한데, 미스테리야!' '뭐지, 미스테리였던 거 같은데 또 로맨스야!' '앗, 근데 이건 액션이잖아' 하며 별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자 미스테리, 액션, 로맨스소설이었던 것이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하는 게 없는 비빔밥같기도,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이 놀라운 작품은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한다. 머리나 싱의 동료인 앤더스가 아마존에서 열병으로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앤더스는 보걸 사의 대 프로젝트인 임신 시약을 만들고 있는 스웬슨 박사의 연구의 진행상황을 파악하러 아마존에 가 있었다. 스웬슨 박사는 자궁이 노화되지 않아 살아 있는 동안 임신을 할 수 있다는 부족을 연구해, 임신시약을 만들러 아마존에서 연구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에 있던 그가 열병에 걸려 죽어버렸고, 심지어 그곳에 묻혔다니. 앤더스의 아내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고 머리나에게 직접 가달라고 부탁한다. 또 보걸 사의 대표이자 머리나의 연인인 폭스마저도 머리나에게 아마존으로 가라고 한다. 그렇게 떠나게 된 머리나... 아마존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떤 이유에선지 악몽을 꾸게 만드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야 하고 그 덕분에 잠이 들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깬다. 아마존에 도착하고 나서는 가방을 잃어버리고 스웬슨 박사의 행방은 전혀 알 수가 없으며 아마존의 무자비한 더위에 시달린다. 과연 머리나는 스웬슨 박사를 찾을 수 있을까, 스웬슨 박사는 도대체 아마존에서 뭘 하길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 앤더스는 정말 죽은 것일까?



앞부분을 읽으면서 들었던 수많은 의문은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풀리고, 더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이 작품이 단순히 장편소설, 성장소설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이의 땅』은 신약개발이라는 소재와 함께 윤리적인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부족민들이 아무것도 모르니 그들에게 약을 주입하고, 그 병에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확인한다. 이럴 수 있냐는 머리나에게 아마존에서 연구하는 박사들은 소수가 희생해서 모든 인류가 병에 걸리지 않으면 좋은 거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그리고 영원히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이 의문은 내 안에서 끝내 풀리지 않았다.

 

 

 

 

 

벌레가 들끓고 곳곳에 독사가 숨어 있는 아마존, 그리고 넓은 평원의 미네소타, 덥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인도까지 넘나드는 머리나 싱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와 아마존 같은 험난한 나라에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았었는데, 『경이의 땅』의 섬세한 묘사와 흡입력 있는 내용을 따라가다보니, 나도 모르게 아마존은 어떤 곳일지, 인도는 어떨지 상상하게 되었다. 나에게 성장소설의 재미, 장르소설의 스릴, 로맨스소설의 달달함까지 주다가 윤리적 문제까지 고민하게 만들고, 덮고 나서는 또 여행의 의지까지 심어준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 『경이의 땅』! 앤 패칫의 다른 소설까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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