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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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읽어도 감동적인 작품들이 있다. 제인 오스틴 『설득』이 그렇고, 이언 매큐언의 『속죄』가 그렇고,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다! 친구들과 독서토론을 했을 때도 제일 처음 하자고 우겼던 작품, 『위대한 개츠비』! 영화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서 봤던 작품, 『위대한 개츠비』! 왜 개츠비를 이렇게 재미있게 봤을까, 왜 인생책이 될 정도로 재미있게 봤을까...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은 정말 간단하다. 첫사랑을 찾아 돌아온 남자의 불꽃 같은 사랑! 그 안에 녹아 있는 1920년대 재즈시대의 유쾌한 생활상. 살아 있는 것 같은 각각의 캐릭터들. 이 모든게 매력적이다!!


화자인 닉은, 미국 동부로 이사를 왔다. 그러다 자기 사촌인 데이지와 그의 남편 톰을 만나게 되어 그들과 어울린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사는 개츠비라는 남자가 사는 걸 알게 되는데, 매일 밤 그 으리으리한 집에서 성대한 파티를 여는 작자다. 그가 살인자라고, 어마어마한 재벌이라고, 공중에 떠도는 소문만 듣고 있자니, 궁금할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날 닉은 개츠비와 만나게 되고, 개츠비가 자신의 사촌인 데이지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닉은 개츠비와 데이지가 만날 수 있게 다리를 놔준다. 그렇게 둘은 만났는데....


"어, 이거 웃기는데!" 내가 큰소리로 말했다.

"뭐가 웃겨?"

현관문에서 가볍지만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나가 문을 열었다. 개츠비가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에, 양손을 마치 무슨 아령이라도 쥔 듯이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침울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떵떵거리며 허세를 부리던 개츠비가 데이지가 막상 오자, 겁이 나고 부끄러워서 도망쳤다는 것이. 앞에서 보여줬던 자신감 넘쳤던 개츠비의 모습은 사라졌다.


"가기 전에 내가 할 얘기가 좀 있는데."

그는 나를 따라 부엌까지 들어오더니 문을 닫으며 속삭였다. "세상에." 절망적인 목소리였다.

"무슨 문제 있어?"

"끔찍한 실수였어." 그가 머리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정말, 정말 끔찍한, 끔찍한 실수였어."

"당황해서 그래. 괜찮아." 그리고 다행히도 이렇게 덧붙일 수 있었다. "데이지도 마찬가지야."

"그녀가 당황했다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덧붙였다.

"너만큼이나."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는 마."

"무슨 어린애처럼 구네." 나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건 예의가 아니잖아. 데이지는 저기 혼자 두고 말야."

그는 손을 들어 내 말을 막더니,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울 질책의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는 조용히 문을 열고 거실로 돌아갔다.



아, 이렇게 귀여운 허세남이라니. 이렇게 개츠비와 데이지는 아름답게 재회를 하고, 그둘은 은밀히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다 데이지의 남편 톰이 이 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이 불꽃 같은 사랑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첫사랑의 신화'라는 수식어가 정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 개츠비란 남자는 첫사랑의 추억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그녀 앞에 보란듯이 성공해서 나타났다. 남자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얘기가 사실인가...


사랑 문에 시작하고, 사랑 문에 끝난 이야기. 개츠비는 사랑을 찾아 여기까지 왔고, 톰은 사랑을 지키려 했으며, 윌슨은 사랑에 분노해 일을 벌였다. 화려하게 터지지만 끝내 사그라드는, 불꽃 같은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 언제 어디서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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