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웨스트
살만 루슈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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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아, 그 <악마의 시> 쓴 사람?
아, <한밤의 아이들>?
아, 그 무섭게 생긴 사람?





여기까지가, 살만 루슈디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그러다 <조지프 앤턴>을 보게 되었고 그때가 되어서야  '아, 루슈디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라고 어느 정도 파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내 손에 들려 있는 그의 단편집 <이스트, 웨스트>. 예상외로 발랄하고 귀여운 표지에 1차 식겁, 그러다 앞날개의 루슈디 사진을 보고 2차 식겁(아, 맞다 무섭게 생겼었지), 그리고 두번째로 실려 있는 <공짜 라디오>를 읽고 3차 식겁. 뭐지, 이거! 살만 루슈디가 이렇게 진지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

살만 루슈디는 인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다. 삶의 터전이 동양에서 서양으로 바뀐, 엄청난 변화를 겪었던 이 경험이 그의 작품활동의 초석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이스트, 웨스트 사이의 쉼표-그것이 나 자신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단박에 정리해버렸는데, 그럴싸한 비유다.

이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도 얘기가 주로 들어 있는 1부, 이스트. 서양을 다루는 2부, 웨스트. 그리고 작가 자신처럼 동양에서 서양으로 넘어온 사람들의 이야기 3부, 이스트, 웨스트. 사실 나는 서양을 동경하는 사람이라 1부 이스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두번째로 실린 <공짜 라디오>는 요샛말대로 웃픈 이야기였는데 여기 등장하는 인력거라던가, 국가 차원의 산하제한 정책 같은 요소들이 동양의 이야기다웠다. 2부에는 오즈의 마법사, 스타트렉, 햄릿을 작가가 찢고 굽고 삶으며 나름대로 소화시켜 써내려간 단편들이 실려 있다. 영국 대표 작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낸 작가의 장난기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3부에는 루슈디처럼 삶의 터전을 동양에서 서양으로 옮긴 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난 이 작품이 제일 흥미로웠다. 동양에서 서양으로 옮겨가는 건 정말 큰 사건이다. 일단 사람들의 생김새부터가 너무 다르고 생활방식이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소년들은 지금 아이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로 건너가는 중인 사춘기가 아닌가. 익숙했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내가 성장소설을 좋아해서 이 작품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지만, 각주로 설명되어 있는 온갖 언어유희들을 보고 있자니, 단편 <코터>만이라도 원서로 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살만 루슈디 같지 않은 작품이었다. 내가 그동안 이 양반을 오해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섭게 생긴 괴짜 노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쇼파 위에 앉아 낄낄거리며 웃는 할아버지였구나. 어디서 루슈디(Rushdie)라는 이름은 Rush와 Die가 함께 들어 있어, 이 작가는 죽음을 향해 내달린다, 라고 묘사한 것을 본 적이 있어서 더 이 아저씨를 오해하고 있었나보다. Sorry, Rush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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