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낭관, 어찌 나를 이렇게 홀렸느냐. 나는 그대를 한시도 멀리 두고 싶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산은 그리 중얼거리며 제 손을 쥔 흰 손목을 잡아당겼다. 강이 침상에 비스듬히 앉아 그에게 손을 내맡기니, 이내 산이 손목 안쪽에 진득하게 입을 맞추며 시선을 올려 강을 바라보았다. - P183
거참 이상하게도 강이 말주변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거니와, 말싸움으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와붙여 놓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을 지경인데, 꼭 산과 마주하면 말문이 막히고 만다. 강은 그 손길에이끌려 그의 뺨을 조금 쓸어 보았다. - P580
‘보모도 아니고, 매일 무릎베개라니.강은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괜히 용안에 손을 대어 보았다. 짙은 눈썹을 손끝으로 조금 만져보고, 이마에 드리운 잔머리를 몇 번 쓸어 넘겨 주었다.앞으로 어찌 되려기에 이러나.......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제아무리 그 뿌리가 하늘에 있다 한들 인두겁을 쓴 이상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 P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