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색스는 내게 일종의 아이돌이었다. 그 옛날,
내가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는데 아주 큰 영향을 준 사람이기도 하고.

(눈만 뜨면 인간의 인지와 지각에
관한 문제들에 골몰하던 시절. 난 색맹, 실어증, 실인증 등
시각과 청각과 언어의 왜곡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에,
그 증상들이 역으로 보여주는 정상적인 인간 인지의
기제라는 것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하지만 후에 깨달았으니,
색스의 친구 한명이 그에게 ˝애초에 과학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지극히 문학적이었다˝ 고 말했듯,
애초에 심리학에 대한 나의 관심은 온전히 문학적이었다.
나는 절대로 과학자가 될 수는 없는 사람이었고,
인지심리학이 너무도 과학적임을 깨달은 나는
고민 끝에 박사과정까지 밟기를 포기했다.)

이 두터운 책을 읽고도 어찌 올리버 색스라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치 잘 알고 지내던 옆집 아저씨 처럼 느껴질 정도로.

또한 그가 묘사한 수많은 사람들,
마이클 형을, 색스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시인 톰을, 트럭운전수 맥을, 레니 이모를,
그의 노년의 연인 빌리를,
색스의 눈으로 본 것 처럼
사랑하거나 존경하거나 애달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스티븐 제이굴드의 마지막을 묘사한 부분을 읽고는
잠시동안 울고말았다.
딱히 신파조로 적힌 글도 아니었거늘.
아마도 색스가 좋은 저자인 이유가 그런 것 아닐까.
그가 굉장히 많은 것을, 많은 사람을,
이 세상을 넘치도록 좋아하고 사랑했으며,
그 넘치는 애정이 그대로 글에 보이기 때문에.
어린애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랑스러우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