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과 1931년에 나란히 태어나, 요즘 세대에도 뒤지지 않을 현대적 감각과 재주를 지닌 두 여성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프랑스와 일본. 두 나라는 지도 상의 거리만큼이나 문화의 거리도 멀기만 했지만, 50세에 접어든 요코가 니키의 판화를 만나는 순간, 두 사람의 인연이 기적처럼 이루어졌다.
<니키 드 생팔 X 요코 마즈다>란 책을 만나는 순간, 두 여성의 삶과 우정이 녹아있다 하여 기대감이 있었지만, 니키 드 생팔의 컬렉터인 요코 마즈다는 돈이 많아 아마 쉽게 목표를 이뤘을 것이란 추측이 편견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 편견은 요코 마즈다가 어떤 장애물도 피하지 않고 부딪혀나가는 끈기와 글과 시로 결정적일 때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승부사이자 학도같은 모습의 삶을 보고서 모두 사라졌다. 편견이 사라진 자리에 배움이 있었고, 인정이 있었다.
'튀김 찌꺼기 사건'은 시즈에(요코의 예전 이름)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창시절 연극부 활동을 했고, 책벌레였던 그녀가 선생님에게 혼나려는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영화의 대사를 바꾸어, 교실 바닥에 떨어진 튀김 찌꺼기를 넣은 시를 읊은 것이다. 흰 밥에 얹어먹으면 아주 맛있다는 그 말에 혼내려던 선생님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시즈에는 over actress라는 별명이 생긴다.그렇게 위풍당당하던 시즈에가 아버지의 사업을 혼자 이어가며 산전수전을 겪은 후, 사업을 정리하고 덩그라니 남았을 때, 니키의 판화 '연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와 만난다. 이 때부터 시즈에는 두번째 삶을 시작한다. 니키를 만나기 전의 그녀를 시즈에라고 하고, 니키를 만난 후의 그녀를 요코라고 한다면, 시즈에의 삶은 몸이 부서지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요코의 삶은 해방과 몰두라고 이름짓고 싶다.
책에 실린 니키 드 생팔의 '춤추는 하얀 나나'는 너무 당당하고 역동적인 여성을 표현했고, 니키가 요코에게 보낸 그림 편지는 너무 예쁘고 정성스러워 감탄이 났다. 살아온 과정이 다른 두 주인공의 공통점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열정과 성실함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울게 될지 몰랐는데, 둘이 니키 미술관에서 껴안는 장면에서 울게 되었다. 니키는 2002년에, 요코는 2009년에 세상을 떠났다. 미술을 사랑하고 뜨겁게 살아온 두 여성이 남긴 발자취는 작품으로, 그리고 이 책을 통한 기억으로 가슴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