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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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랑이 묻어나는 에세이,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의 작가, 엔도 슈사쿠는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를 만큼 실력있는 일본의 작가이다. 1923년에 태어나 1996년에 작고하셨는데, 에세이만큼은 심도있는 성찰이 있다는 그의 소설에 비할 때 즐겁고 넉넉한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 일반적인 서술형으로 써내려가다가 "어찌하여 나방은 날개에 대칭형 무늬를 가졌는지를 가르쳐줄 만한 책을 알고 계신 분은 내게 슬쩍 알려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등의 존댓말로 독자에게 말을 거는 화법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엔도 슈사쿠 선생님은 역시 작가답게 호기심이 무척 많은 것 같다.

 

 

첫 장과 둘째 장은 우리 주위 동물의 대명사, 개와 고양이에 관한 글 모음이다. 
강아지들과의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작가의 외롭지만 느긋하고 여유있던 어린 시절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의 이혼 등 고충이 있던 어린 시절에 등하굣길 동무가 되어 주었던 동네 개 검둥이. 이때부터 동물들에게 말을 걸고 눈빛을 들여다보는 교감이 시작된 것 같다. 나도 강아지를 키우면서 강아지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눈빛에 매료될 때도 있는데, 작가는 강아지뿐만이 아니라, 작은 새와 사슴에게서까지 눈망울의 깊이를 읽는다.

 

 

 

셋째 장 이후부터는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작가는 동물을 정말로 친구로 여긴다. 동물과의 추억을 지면에 자세히 옮길 만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정적인 자신에게 동적인 화면을 선사하는 동물들이라고 한다. 집필을 하다 마당을 내다보며, 지나가는 새를 보며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 작가야 말로 '소확행'이란 말이 있기도 전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이미 누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포기했던 식물이 뜻밖의 순간에 개화한 것을 발견한 경험은 드물지 않게 있을 것이다. 작가도 그러한 경험과 식물도 사랑의 언어를 알아듣는 다는 제법 알려진 얘기도 경험과 함께 들려준다. 파괴의 언어를 듣고 거짓말탐지기에 연결한 식물이 몸체를 떨었다는 일화나 그 밖의 얘기들로 자연에 대한 지식은 더욱 넓어진다.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를 읽으며, 엔도 슈사쿠란 작가의 유머와 위트, 그리고 여유로운 생활의 자세 등을 알게되어 인간미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작가라면 사랑하고 계속 에세이의 출간을 기다려볼 만도 한데, 작고하신지 20년이나 흘러서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더 이 책이 귀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만고불변의 힐링 아이템인 자연과 동물은 앞으로도 쭈욱 통하는 글감이 될 듯 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엔도 슈사쿠는 온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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