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 : 간신전 간신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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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폭군 연산군. 즉위 초 그를 가장 지지해 주었던 신하는 바로 노사신(盧思愼)이었다. 그는 연산군과 대간들과의 싸움에 항상 연산군의 편을 들었기에 생전 대간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평생 간신, 소인배라는 딱지를 달고 살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그는 죽어서도 정말 간신으로 기록되고, 실록에서도 형편없는 평가를 받고 있을까? 천만에 정반대로 청렴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무오사화 당시 평생 자신을 씹던 유림을 앞장서서 변호하면서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했으며, 이런 노력으로 많은 유림이 생명을 구한다. 노사신은 성종조를 거치면서 지나치게 커진 대간들을 억누르고 왕권의 강화가 필요했다고 생각했고, 그를 실천했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성종조와 연산군 초기에는 막 나가는 것은 대간이었다.

한국 사마천학회 김영수의 편저 [간신(奸臣)전] 이 책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국 역사상 최악의 간신 18명을 수록하고 있다. 이들의 행적이 위로는 천자와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왕조 진(秦)나라. 그러나 진나라는 불과 진시황 사후 3년 만에 멸망한다. 그 이유는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유명한 환관(宦官) 출신 간신 조고(趙高)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고는 힘이 쎄고, 총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능력을 황제를 올바른 길로 보좌하는 일에 쓰지 않고, 제국을 15년 만에 멸망시킨다. 과연 간신들은 어떻게 나라를 망쳤을까? 이 책을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을까?

이 책은 간신이 어떻게 등장하고, 권력을 차지하고, 국가를 망치는가를 18명의 간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조고, 동탁, 유근 등의 간신은 자기 나라를 망친 것뿐만이 아니라, 그 권력과 재물을 향한 끝없는 욕심에 자신과 가족까지 파멸로 이끌었다. 초한지 앞부분에 등장하는 조고와 삼국지의 반동탁 연합군에 등장하는 동탁 모두 자영과 여포에게 주살을 당했으며, 일족도 화를 피하지 못했다. 우리가 지금 시대에 이런 간신들을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이런 간신들의 출현을 막고, 이들이 권력의 핵심에 오를 수 없도록 하는 것에 있다. 간신이 성장한 배경에도 역사가 있었고, 그들을 제거하고, 억누른 힘도 바로 역사에서 나왔다. 우리가 끊임없이 역사를 연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소 역사를 좋아하기에 역사서를 많이 읽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영웅이나 왕이나 황제 같은 인물이 중심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진나라 말, 한나라 초의 조고와 촉나라 황호와 같은 인물은 황제를 다루면서 함께 다루는 정도다. 그러나 이런 간신들이 역사에 주는 교훈은 너무나 강렬하다. 이 책은 우리의 오랜 역사에서 간신들만 골라서 총 3권의 책으로 다루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주와 독재자를 위한 책이나, 오늘날 독재를 막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연구되고 있다. 우리가 간신을 연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을 연구해야 하고, 간신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과 같은 역사의 암적 존재를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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