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흑역사 -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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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추신수 등이 활약했던 MLB.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최고연봉자는 누구였을까? 놀랍게도 단 한 경기도 나오지 않은 프린스 필더였다. 그는 2016년 수술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2020년까지 연평균 2,400만 달러를 꼬박 받았다. 당연히 소속팀인 텍사스 레인저스에게는 재앙 그 자체였다. 우리는 보통 이런 경우를 먹튀라고 부른다. 전쟁터에도 물론 이런 경우가 있다. 스포츠의 먹튀처럼 아군에게는 재앙이고, 적에게는 오히려 영웅이나, 독립투사로 추앙을 받는다. 중일전쟁으로 유명한 권성욱이 이번에 이런 별들을 모아서 한 권으로 책으로 편찬했다 바로 [별들의 흑역사]다.

전쟁사에서 약체의 대명사는 어디일까? 바로 이탈리아군이다. 과거 로마군단의 영광은 어디로 가고, 근현대사에서는 반대로 졸전으로 유명하다. 유럽의 산업군대가 아프리카의 유색인종 패했던 적은 딱 한 번인데, 그 패배가 바로 이탈리아군의 기록이다. 무솔리니 시절 에티오피아를 재차 침공해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군이 각성해서가 아니라, 당시 국제법으로 금지된 독가스를 무분별하게 살포하고서야 겨우 이길 수 있었다. 이는 당연하게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프랑스 침공과 북아프리카에서 보여준 이탈리아의 졸전을 보면 무솔리니는 조선시대 이종(인조 이름)의 환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종은 이괄에게 조선군의 주력을 북방에 맡겨 놓고는, 그의 아들을 역모로 몰다가 이괄의 난을 초래했고, 전쟁 준비도 하지 않고, 의리만 강조하다가 삼전도에서 그 꼴을 당했다.

그리고 하늘은 이탈리아에 이종만 다시 보내 주신 것이 아니었다. 이연(선조 이름)도 다시 보내 주셨으니.. 그는 바로 피에트로 바돌리오. 이연이 임진왜란 때 보여준 모습은 조선과 백성보다는 내 목숨이 최우선이었다. 파천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종친들에게는 한양에 남을 것이라고 한 후 정작 자신은 바로 튀었고, 자신이 강을 건너자마자 배를 자침시켜, 뒤따르던 백성들은 고립시켰다. 전쟁 중에는 명나라로 튈 생각만 하고, 국난극복 보다는 자신의 왕권 강화를 위해서 선위 파동만 해댔다. 6장이 바로 피에트로 바돌리오의 이야기다. 그도 국민과 군대보다는 자신의 목숨이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이연이 전후 오히려 국난극복을 자신을 공으로 돌리고, 꽃다운 10대의 처자에게 새장가를 가서 잘 살았듯이, 그도 전후 84살까지 천수를 누렸고, 전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연이 이렇게까지 극악의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쟁이 없는 시기에 살았더라면, 이 정도의 평가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살던 시대는 난세였고, 그는 매우 부지런했다. 차라리? 무능하고 게을렀다면 어땠을까? 광해군에게 바로 선위하고, 바로 물러났다면? 그러나 그는 전쟁에서는 무능했지만, 정치력은 9단이었고, 매우 부지런했다. 그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실추된 권위를 찾겠다고 선위 파동이나 벌이고, 구국의 영웅인 이순신을 잡아놓고, 원균에게 불패의 조선 수군을 맡겼다가, 말아먹고 하삼도는 물론 조선을 다시 위기에 빠트렸다. 별 즉 지휘부가 무능하면서 부지런하면 국가와 아군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된다. 그러나 적에게는 축복이다. 어둠의 독립군, 독립 유공자, 한국인에게 유일하게 사랑(?)받는 일본군 장군 무다구치 렌야. 그의 이야기도 2장에 수록되어 있다.

무능하면서 부지런함? 이를 신체에 비유하면 암이 아닐까? 몸에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녀석이지만, 무한 증식한다. 이렇게 해만 되는 놈이, 웃기게도 몸에 있는 에너지는 대량으로 소비하고, 정상세포를 침범한다. 최악에는 죽을 수도 있다. 물론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는 완치율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다. 역사 연구가 활발한 현대에는 이런 책을 미리 읽어보고, 조직에서 이런... 넘들을 하루빨리 제거하자. 그것이 그놈에게도 좋고 우리 모두에게도 좋다. 특히 군대와 전쟁터에는 더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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