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후기는 시로 대체해도되겠다.착한 후회조금더 멀리까지 바래다줄 걸조금더 참고 기다려 줄 걸그 밥값은 내가 냈어야 하는데,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었는데그 날 그 곳에 갔어야 했는데그 짐을 내가 들어줄 걸더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는데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이 이야기를 들어줄 걸선물은 조금 더 나은 것으로 할걸큰 후회는 포기하고 잊어버리지만작은 후회는 늘 계속되고 늘 아픕니다.정용철
누군가 내 팔뚝을 톡,톡, 두드렸다. 노부인이 내 얼굴을 바짝 들여다보고 말했다.자고 가.밥 줄게....중략...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서 있다가 다음에 와서 자고 갈게요, 라고 말했다. 몇 겹으로 왜곡된 안경 속에서 노부인의 눈이 슬프게 일그러졌다.다음에 오냐.네.정말로 오냐.네.나 죽기 전에 정말로 올 테냐.....오긴 뭘 오냐 니가,라고 토라진 듯 중얼거리는 노부인 앞에서, 안하느니만 못한 말이자 약속도 아닌 약속을 해버린 나는 얼굴을 붉혔다.
맑은 날도 우중충한 날도 여섯 폭짜리 유리 너머에 있었다.
재오에게는 지렛대처럼 생긴 전용 커터로나 끊을 수 있는 두꺼운 밴딩끈을 얇은 커터로 수백번씩 긁어서 마침내는 끊고 마는 집요함이 있었고, 그 와중에 소중하거나 두려운 것이 없다는 듯 피복된 전선에 아무렇게나 손을 대는 둔감함, 어떤 마비 상태 같은 것이 있었다. 나는 그런 것을 매일 곁에서 지켜보고 접하는 게 섬뜩했다.
나는 여전하다. 여전히 직장에 다니고 사람들 틈에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의 수치스러운 일을 겪는다.
제희네 어머니와 제희까지 여섯 사람이 손을 잡고 둥글게 앉아서 이 고난을 잘 헤쳐나가자고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다짐했다. 그건 분명한 기도였지만 일방적인 위탁은 아니었고 서로간의 다짐이자 격려였다. 제희나 제희네 누나들에게는 신이 없었다.
그 여자가 부르는 노래를 단 한 음도 반주해주지 못한 채, 이렇게 못생기기만 한 이 악기나 손에 들고서 님 생각에 가슴이나 저리도록 그대로 두고 말입니다...
밟으면 바삭,하고 소리가 날 듯 메말라버린 마음에 조금씩 햇볕이 들고 바람이 통했다.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책상 앞에 앉고 싶다. 깨가 쏟아지도록 즐겁게 글을 쓰고 싶다.(수상 소감 중에서)
글 곳곳에서 드러나는 난감함이 카프카의 화두인 것 같았다. 단지 배가 고파서 엄마, 맘마, 하고 따라 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쓸데없이 언어라는 것을 배워버렸다는 어린아이의 난감함.
나는 그런 율이가 몹시 신경이 쓰였다. 왠지 그대로 두었다간 인간과 살지 못해 개와 살다가, 개 대신 선인장과 살다가, 선인장도 힘들어 돌과 사는 중년의 독신남이 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