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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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를 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혹은 글쓰기나 책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펼쳐보길 바란다. 이 책은 제인 에어를 쓴 샬롯 브론테의 자매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와 그들의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한 브론테 자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이 어떻게 글쓰기를 했고, 어떤 상상을 했고, 이들이 자란 환경이 어떤지에 대해 세세하게 기록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인데 책 내용의 일부 발췌본을 보면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다.


85p

그제야 코완브리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채고 마음이 급해진 패드릭 브론테는 서둘러 샬럿과 에밀리를 ‘그 혐오스러운 곳’에서 데리고 나왔다. 그 후로 5년간, 브론테가의 아이들은 목사관의 돌담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세상에서 가정 교육을 받으며 자신들이 창조한 세계 속으로 꼭꼭 숨어들었다.


글을 쓰고자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지만, 나만의 창조한 세계에 빠져드는 일은 드물었다. 이래서 못한다, 저래서 못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안 해왔던 게 아닐까. 이들은 핑계 하나 없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상상하고 쓸 수 있었을까.


98~99p

세 자매는 주로 ‘거무스름한 자줏빛’ 황야로 걸어 올라갔는데, 광활한 들판을 활보하다 보면 간간이 채석장이 나왔다. 더 멀리까지 갈 체력과 시간이 있으면 계곡까지도 나아갔다. 계곡물이 바위들을 스치며 ‘저 아래’까지 떨어지는 곳이었다. 이들이 마을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무리 낯익은 사람이라도 마주치기를 꺼렸고, 초대도 없이 극빈한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조심스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이들 자매는 주일학교 교사로 성실히 일했고, 샬럿은 혼자 남게 된 후까지도 이 관행을 아주 충실하게 지켰다. 하지만 세 사람은 결코 자발적으로 사교 활동을 하지 않았고, 황야에서의 고독과 자유를 즐겼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과 고독을 즐긴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자매는 황야에서의 고독과 자유를 즐겼는데, 요즘 자연을 배우는 입장에서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떨어지는 낙엽 한 잎에도 감수성이 차오르고, 고독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글쟁이가 될 수 있도록 해봐야지. 그리고 나만의 장소를 찾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141p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이 모든 것은 지금 내게 신성하고 고요하며 보이지 않는 상상의 땅, 꿈속의 꿈처럼, 그늘 속의 그림자처럼 희미하고 어렴풋한 그곳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내용의 글이든, 분량이 어느 정도든 쓰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건 어떤 것일까. 아직은 먼 것 같은 그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나마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다. 책에서 나온 브론테 자매의 교육수준을 보면 창작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 자매처럼 더 노력해야겠지. 온전히 창작에 녹아들어야겠지.


제인 에어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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