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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커피 프린스 1호점』을 검색하다가 딱 걸린 책,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남장여자이야기는 내가 평소 좋아하는 소재다. 리뷰를 읽어보니 대부분 칭찬일색. 로맨스 소설에 드문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점도 특이하다. 곧 방송도 된다하네. 방송을 타면 원작 소설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고, 판매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책의 할인폭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방송될 때를 기다려볼까 했으나 줄거리나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 상당히 재미가 있을 것 같은 감이 팍팍 느껴지기에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여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1,2권을 한꺼번에 주문했겠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한 권만 읽고 자야지 하던 것이....결국 새벽 4시까지 두 권을 다 읽어치우고 말았다. 재.미.있.다!
"너, 지금 어디에 자리를 잡은 거냐? 이리 내 옆으로 와라."
윤희는 깜짝 놀라 오히려 더 방문에 찰싹 붙으며 말하였다.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제일 나이가 어리니, 제일 바깥쪽에서 자는 게 맞지요."
재신이 자신과 선준의 가운데 자리를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으로 치면서 소리쳤다.
"여기 안 누워? 나더러 노론과 살 맞대고 자란 말이야?"
'아니, 그럼 난 사내와 양옆으로 살 맞대고 자도 된단 말입니까?'
한탄 섞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정말 통곡하고 싶었다. 그래서 도와 달라며 선준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남자, 여인네들의 아랫도리를 움찔거리게 만드는 자태를 지니고선, 참 다정도 하신 말씀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소. 귀공은 몸도 성치 않은데, 방문 옆은 찬바람이 새어 들어오니 좋지 않소. 가운데 자리면 따뜻할 터이고, 또한 양옆에서 건강한 기를 나눠 받을 수 있을 거요."
그에게 뭘 바라는 게 바보다. 아무래도 조만간 없던 병도 생길 것 같다. 화병 내지는 상사병 같은 것으로. - 본문 중에서 (알라딘에 의해 소개된 이 본문의 구절이 미치도록 책을 사고 싶게 만들었다)
남녀 주인공도 매력 있지만 이들과 한 무리를 이루는 미친말 걸오라 불리는 재신, 여림이라 불리는 바람둥이 동하. (※ 여림(女林)- 여인네의 수풀이란다. 그 이름 한번 걸작이지 않은가? ) 걸오와 여림 이 콤비는 무척 흥미로운 캐릭터다. 작가가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솜씨도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처음에 벽서 사건이 나올 때만 해도 도대체 로맨스 소설에 벽서 얘기가 왜 나오는가, 작가는 미스테리라도 만들려는 생각인가...하는 의아심이 들었으나 결국 그 벽서 사건이 등장인물들을 이리 저리 얼키게 만들고 있으니 사건 하나하나가 꽤 공을 들인 듯 싶기도 하다. 남장여인이란 소재 자체를 맛깔나게 살린 점도 재밌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성균관이란 공간에 우리가 역사시간 윤리시간에 배웠던 조선시대 유생들의 생활이 등장하니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싶으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손에서 책을 놓기가 싫었다. 뒷부분은 너무 허겁지겁 마무리를 지어버려 조금 어설프다 싶기도 하지만 규장각이라는 공간으로 이야기가 새로 옮아갈 듯한 분위기도 들어 후편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