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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지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한껏 사랑할 수 없다면 조금 사랑하면 되지.” (한정원,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中』)
이렇게 말한 시인의 마음을 담고 싶은 무더운 계절. 아니, 시인의 마음을 닮아가야만 그나마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뜨거운 계절. 이 계절을 마냥 싫어하는 마음으로 통과하고 싶지 않기에, 여름을 한껏 담고 그려낸 그림책들을 책장에서 자주 꺼내 펼쳐 보는 요즘이다. 다양한 그림체로 마주하는 여름이어서 괜찮은 장면, 여름이기에 가능한 순간. 덕분에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아닌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로 오늘의 여름을 넘기고 나고 있다. 해마다 여름의 그림책 한두 권씩을 ‘덕분’의 목록에 기쁘게 채워 넣으며.
그러니 이 년 만에 문지나 작가의 여름 그림책을 새로이 만난 지금. 어느 여름날보다 더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쓸 수 밖에.
지나간 여름에 ‘환히’ 빛났던 기억을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게 했던 2023년의 『여름빛』.
지금의 여름에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빛나고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내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게 하는 2025년의 『반짝반짝』.
책장마다 가득 들어찬 여름의 빛과 색은 책장 밖의 한껏 뜨겁게 달아오른 모든 마음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모든 여름의 모든 존재에게서 반짝이는 “오렌지빛”을 그림책 안에서 알아차리는 당신 덕분에, 매일의 작지만 찬란한 여름을 그림책과 함께 기꺼이 그러모으는 당신 덕분에, 이 모든 찬란함을 곁과 옆이 되어주는 이들과 함께 그림책에 기대어 기쁘게 펼쳐 나누려는 당신 덕분에, 우리의 여름은 한탄이 아닌 감탄의 계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모두 당신 덕분에
모든 당신 덕분에
우리는 함께 이 계절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