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기적
남섬 지음 / 킨더랜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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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노트북을 켤 때마다 키보드 아래 붙여 놓은, 어느 책 속에서 발견 했던 짧은 문장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의 슬픔을 감당할 기쁨을 찾기. 그리고 웃기.” 선명한 슬픔으로만 오늘을 묻어두고 덮어두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마다 다가올 하루를 여는 주문을 조용히 되뇝니다.


매일 밤. 하루를 닫을 때마다 머리맡에 두고서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오늘 하루에 어떤 기적이 있었는지 되짚기. 그리고 웃으며 잠들기.’ 이런 주문을 다정히 걸어주는 듯한 형광 연둣빛의 그림책을 꼭 끌어안으며 생각합니다. 무채의 마음을 환히 비추는, 무채의 하루를 따스하게 감싸는 평범한 기적이 오늘의 나에게도 분명하게 있었다는 걸. 아침의 주문과 밤의 주문은 그렇게 이어지고, 이뤄집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걸려 온 반가운 전화. 친구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던 차에 발견한 동네 책방. 운명처럼 집어 든 책은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본. 책방을 운영하는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손님의 책 계산을 맡게 된 아이의 미소. 새 학년 새 교실, 오른손잡이인 나의 짝꿍이 된 왼손잡이 친구와의 고민 해결. 시험을 망치고 돌아온 집에서 알게 된 엄마의 비밀. 그리고…


모두의 하루가 다 담겨있지 않지만, 모두의 하루를 다 만난 기분이 듭니다. 아마도 그림책 안에 그려진 모든 장면이 너무나 평범해서겠죠. 이 사람의 하루에서 저 사람의 하루로 바통을 넘기듯 이야기가 이어지는 평범한 기적. 작품 속 모든 페이지에는 나와 너의 하루에서 나눌 법한 평범한 대화가, 우리의 하루에서 만날 법한 평범한 순간이 형광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나의 미소가 너의 미소로, 이 사람의 위로가 저 사람의 위로로, 너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위에서 시나브로 떠올리게 됩니다. 별것 없으나 별일 가득한 보통의 일상에서 내가(네가) 내어준 평범한 기쁨이 너의(나의) 선명한 기적이 되었던 고마운 기억을요. 별것 없으나 별일 가득했던 오늘에도 분명히 존재했을, 그 모든 것을요.


트레이싱지로 만들어진 겉표지에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이들의 평범한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속표지의 ‘평범한 기적’이라는 글자 사이 사이에, 평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평범한 하루 사이 사이에 평범한 기적들이 있다’고 말하는 듯한 믿음의 형상을 품고서, 당신께 여쭈어 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평범한 기적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의 선명한 기쁨은 무엇이었나요.


언젠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테라피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분들께 이런 말을 건넨 적이 있어요. 나날의 행복은 없어도, 나날의 기쁨은 분명히 있어요.” 마음으로, 믿음으로 오늘의 당신께 평범한 기적 건네어 봅니다.





** 킨더랜드(반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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