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의 비둘기 project B
자크 마에스.리서 브라에커르스 지음, 최진영 옮김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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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를 잘 돌보렴, 그러면 항상 너에게 돌아올 거야.”

 

어느 어린 날, 할아버지로부터 비둘기를 선물 받은 바질. 그날부터 바질은 비둘기와 함께 매일의 훈련을 이어갔다. 언제 어디서 새장을 열어도 반드시 집으로 돌아왔던 ‘바질의 비둘기’. 둘은 세계 각지를 돌며 온갖 비둘기 경주 대회의 상을 휩쓸게 된다. 어린 아이였던 바질이 어른으로 자라가고 나아가는 시간이 쌓여가는 동안, 바질의 집 안에도 수많은 트로피와 메달이 쌓여갔다.

 

바질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그 어떤 비둘기도 넘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던 대기권 너머를 꿈꾸는 바질. 결국 그는 자신의 가장 큰 꿈을 이뤄줄 ‘특별한 사람’을 만나 자신의 비둘기를 맡긴다. 내가 갈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이 비둘기를 데려가 주세요, 그곳에서도 나의 비둘기는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수십만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는 우리에게 그리 아득하지 않아요, 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비둘기는 바질의 위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바질이 원하는 그곳으로 가게 된다. 수많은 분화구를 뒤로하고서 날아오른다. 수많은 별의 사이로 사라진다.

 

 


 


 

바질의 집에 걸린 세계 지도에는 그동안 수상해 온 대회들의 개최 지역이 표시되어 있다. 바질이 꿈을 꾸고 이루며 새겼던 X자의 궤적을 비둘기는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비둘기는 어떤 마음으로 곧바로 날아가고 똑바로 돌아왔을까. 비둘기도 바질과 같은 꿈을 꾸었을까.

 

변함없는 ‘회귀’의 조건으로 ‘돌봄’을 말했던 할아버지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본다. 돌봄의 대상을 위한 ‘돌아보는 마음’ 없이, 돌봄의 대상을 앞세워 ‘나아가는 마음’만 품었던 바질. 자신의 비둘기가 멀리, 더 멀리 날아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랐던 바질. 그런 바질을 위해 비둘기는 언제나 다시 돌아왔다. 바질에 의한 꿈은 그저 바질만의 것임을 알면서도, 어디서든 날아가고 돌아오며 그 꿈을 실현했던 비둘기. 돌보는 이만의 꿈이 투영된 돌봄 속에서 비둘기가 품었던 꿈은, X자의 볼펜 표시가 아닌 ‘세 갈래의 발자국’이 찍힌 지도는 아니었을까. 마지막 장에서 마주한 어떤 흔적을 바라보며 떠올리는 애잔한 상상.

 

이 그림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은 바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는 비둘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둘기를 위한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비둘기에 의한 이야기로도 읽혀야 한다.

이 작품의 원제는, 네덜란드어로 ‘비둘기(Duif)’다.

 

 

*킨더랜드 반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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