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
리사 아이사토.하디 엔지 지음, 김상열 옮김 / 북뱅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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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꿈과 여름의 꿈은 다르다가을의 꿈과 겨울의 꿈도 다르다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잠들고 저마다 다른 모양의 꿈을 꾸는  계절계절은 모두 확신한다언젠가 깨어날 자신의 잠을언젠가 실현될 자신의 꿈을각자의 확신이 저마다 아름다운 각자의 계절을 가능케 한다각자의 시기에 맞춰 일어나고, 피어나고, 퍼져나갈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각자의 아름다움은 자기 자신의 계절만 있어서는 가능하지 않다봄은 겨울의 눈지붕 아래에서 자야 하고여름은 봄의 꽃봉오리 안에서 자야 한다가을은 여름의 익어가는 열매 속에서 자야 하며겨울은 가을의 낙엽 밑에서 쉬어야만 한다네가 깨어있음으로 인해네가 피어있음으로 인해네가 퍼져나감으로 인해 가능한 나의 잠과 나의 각자 잠에 들고 각자의 꿈을 꾸고 각자의 색을 발하는 시기가 겹치지 않음은 모든 계절을 가능케 하는 전제이자모든 계절을 살아있게 하는 축복이다.




나의 계절이 오지 않았다고 해도나의 계절이 이미 지나갔다 해도지나간 계절과 지나가고 있는 계절 안에서 나는 여전히 나의 계절을 기다리고 꿈꿀  있다자신과 다른 계절의 양분들이 웅크린  안팎으로 켜켜이 쌓여간다잠을 자고 꿈을 꾸고 있는 것은 결코 무위無爲가 아니다 머리 위에서만 일어나 고피어나고 퍼져나갈  있는 나만의 색과 향과  모두를 꿈꾸는 것은 무척이나 고단한 과정이다나다운 색깔나다운 노래나다운 향기나다운 모습을 갖추기 위해 나는 나와 다른 계절 안에서 기다린다나의 꿈속에서 기대한다다른 계절에 잠들어 품는 나의 꿈은돌아올 시기에 대한 나의 확신은 몫의삶을 놓아버리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봄은 봄의 꿈을 꾼다여름은 여름의 꿈을가을은 가을의 꿈을겨울은 겨울의 꿈을 꾼다저마다 다른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다시 잠에 들고누군가는 다시 깨어난다‘다시’라는 부사와 ‘돌아온다’라는 동사로 이뤄진 동그란 세계 안에서잠든 이도 깨어난 이도 잠들 이도 모두 자신이 속한 세계의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모든 계절은 기꺼이 순환의 위안 속에  몸을 맡긴다자연스레 눈을 감고자연스레 눈을 뜬다.

 

모든 계절은 나라는 세계를 이룬다.

나와 너라는 계절이 모여 우리라는 사계를 이룬다.

 

 어떤 문장으로도 해석이 가능한그래서  깊게 감격할 수밖에 없는 그림책『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 페이지마다 시처럼 아름다운 은유의 문장들이 계절의 흐름과 순환을 꾸미고 채우고 감싸고 있는 그림책꽃보다 아름다운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은 이들이 너무도 많다끝이 좋으면  좋은 거라는 위로가 필요할 지금이  인생의 끝이 아님을 확인받고 싶을 잠시 멈춤의 시간을 지나가고 있으나  꿈과  삶은 멈추지 않고 멈출 수도 없음을 확신하는 ・・・ 각자가 필요로  색色과 음音향香과 태態로 다르게 가닿을   권의 그림책은 저마다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을 계절만큼 아름답다눈부시도록눈물나도록.

 

그리하여 언제든 우리는 함께 춤을   있을 것이다내가 잠들었을 때에도나만 깨어있을 때에도네가 잠들었을 때에도너만 깨어있을 때에도나와 나의 손을나와 너의 손을 다정하게 맞잡고 나의 세계와 우리의 사계를 함께   있을 것이다나의 잠과 꿈을 가능케  나의  다른 계절 속에서너의 잠과 꿈을 가능케  나의  다른 계절 안에서시간의 흐름이흐름의 위안이 우리 모두를 각자의 시간에 일어나고 피어나고 퍼져나가도록  것이다지금껏 그래왔듯이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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